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만화방을 들락거렸다.(당시에 만화방의 가장 어린 고객이었다.) 조금 커서는 못해도 1000권 이상의 무협지를 섭렵했다. 40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도, 만화나 무협지를 굳이 찾아보지는 않지만, 손에 잡히면 무조건 읽는다. 그 연장선상에서 나의 영화 취향이 결정되었다. 나는 MARVEL사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을 몹시 즐긴다. 그 이유는 만화적 상상력이 주는 통쾌함 때문이다.
블로그를 통해 [토르]라는 영화를 알게 되었다. 당연히 개봉관을 찾으리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불가능이었다. 집에는 아빠를 애타게 찾는 아내와 아기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그런데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아내와 아기들이 처가 식구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덕분에 [토르: 천둥의 신]을 볼 수 있었다. 매표를 하면서 8,000원의 입장료에 조금 놀랐다. 나의 예상은 6,500원 이었다. 그건 그만큼 개봉관에서 영화를 본 지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했다.
[토르]는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천둥의 신, 토르는 신들의 세계를 전쟁으로 몰고 간다. 아버지 오딘은 그 죄를 물어, 모든 능력을 빼앗고는 인간 세계로 추방한다. 한편 토르의 동생 로키는 완전한 왕위를 위해 신의 제국을 어지럽히고 토르를 죽이려한다. 하지만 아버지 오딘의 도움을 얻은 토르가 결국은 승리하고 신들의 왕이 된다.
[토르]의 줄거리는 무협지의 그것과 흡사하다. 엄청난 능력을 봉인당한 절대 고수가 봉인을 풀고 악의 무리를 처단한다는 그런 것 말이다. 한 아버지 밑의 적자와 서자의 갈등이라는 설정 역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이런 줄거리와 갈등 구조 때문에 유치하다는 둥의 맹비난을 받고도 있다. 하지만 비난보다는 더 많은 찬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라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팝콘을 통해 [토르]를 살펴보자. 팝콘도 음식의 하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팝콘에 대해 “음식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되었다.(팝콘은 분명 음식이다.) 팝콘에 대해 “맛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보편성을 가질 수 없다.(맛이 있는 사람도 있다.) 팝콘에 대해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혹은 “내 취향이 아니다”라고 말하면, 수긍할 수 있다.(그건 개인의 취향의 문제이니.) [토르] 류의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선명하게 갈라질 수 밖에 없다. [토르]라는 영화는 팝콘과 같다. 영양가는 별로 없지만, 심심풀이용으로는 최상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토르]라는 영화를 평가할 때, “영화도 아니다.” 또는 “유치하다” 또는 “쓰레기다”라는 말은 적절한 평이 될 수 없다. 애당초 [토르]는 팝콘으로 만들어졌다. [토르]를 재미있게 본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면 엄청난 실수가 될 수도 있다. 혹시 스토리라인이 빈약하다거나 생각할 꺼리를 주지 못한다는 단점 밖에 생각이 안 난다면, 그건 관람자로서 ‘선택의 잘못’일 뿐이다.
[토르]에 대한 비판의 틀은 ‘얼마나 흥미로왔느냐’ ‘얼마나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었느냐’는 것이 되어야한다. 그 틀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비판을 넘어 불평을 해도 수용할 수 있겠다.
아무튼 나는 [토르]를 보는 내내 통쾌하였다. 토르 역을 맡은 크리스 헴스워스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더하기, 신화에 대한 관심이 일어났고, 이윤기 선생의 책을 한 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정도면 8,000원 어치의 가치는 되지 않은가?
<포스터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꽃과 대화하며 교육을 생각하다 (0) | 2011.05.16 |
---|---|
[좋은글] 꽃, 약, 블로그, 빚, 여행기를 생각해보다 (0) | 2011.05.08 |
어린이날 홀로 남겨진 아빠 (0) | 2011.05.06 |
4살된 아이에게 조용조용히 말해보았더니 (0) | 2011.05.03 |
반디마을을 찾아서 (0) | 2011.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