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의 풍속화로 배우는 옛사람들의 풍류], 최석조, 아트북스, 2011.
어려운 말로 하지 않아도 격조 높은 미술강의
저자 최석조 선생은 현재 초등학교 교사이다. 동시에 ‘옛 그림학교’ 교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신윤복의 풍속화 강의이다. 골치 아플 것만 같은 그림, 그것도 옛날 그림이라니 지레 두 손을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그런 선입견은 단번에 날아간다. 나의 개똥 독서관에 의하면 '쉽게 쓰여진 책이 수준 높은 책이다.' 이책은 거기에 부합되는지라 한달음에 읽어내었다. 철학이던 미술이던 쉽게 풀기 위해서는 탄탄한 내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뭘 알아야 쉽게 풀 것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아직도 글을 쉽게 풀어 쓰지 못하는 나의 글솜씨는 한참이나 멀었다.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의 추억.
신윤복의 그림에 대해서는 진작에 공부를 하였다. 사랑하는 나의 은사님 강명관 교수님이 지은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를 통해. 강명관 선생님의 글쓰기를 나는 아주 좋아한다. 그런데 죄송스럽게도 선생님의 책에서 읽은 내용들이 아주 단편적으로 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다. 겸사겸사, 혜원의 풍속화를 다룬 [신윤복의 풍속화로 배우는 옛사람들의 풍류]를 읽으며 강교수님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강명관 선생님의 책과 최석조 선생의 책을 펼쳐놓고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최석조 선생의 강교수님 책의 많은 부분을 참고한 것으로 생각이 된다. 표절 운운하자는 것은 아니다. 강명관 선생님의 책은 학술적으로 가치를 갖는다면, 최석조 선생은 쉬운 설명을 통한 풍속화 감상의 대중화 쪽에서 가치를 가지는 만큼. 대중화를 위해서는 학술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역사로 하는 그림 공부 혹은 그림으로 하는 역사 공부
신윤복의 그림에는 여자가 반드시 등장한다. [혜원전신첩]에는 모두 162명이 등장하는데, 여자가 72명이 나온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여자가 나오지 않는 그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여자를 지켜보는 남성이 필수 옵션으로 장착이 되었다. 그 정도면 조선의 그것을 이미 넘어섰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여성도 주로 기생들이 등장한다. 혜원의 그림은 금기와 절제로만 점철되었을 것 같은 조선에 대한 편견을 쉼없이 깨어준다. 양반이 기생의 담뱃불을 붙여주는 모습. 양반이 기생의 말을 끄는 말구종을 자처하는 모습. 달밤에 이루어지는 남녀 간의 자유연애. 술집 기둥서방인 별감. 양반들 간의 술집 격투. 뭐하나 역사시간에 배운 적이 없었던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그림 하나하나가 흥미로웠고, 민중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 다가왔다. 역사가 글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그림은 글보다는 한결 역사에 가깝다.
옛 그림 공부를 통한 현대미술 감상
이 책은 그림의 구도를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오주석의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선배 학자들의 꼼꼼하고 정밀한 분석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최석조 선생의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렇게 작업할 수 있도록 내어놓은 옛그림과 관련된 풍부한 식견을 담아낸 선배학자들의 능력에도 다시 한 번 감탄사를 연발해 본다. 옛그림을 잘 감상할 수 있다면, 현대화에도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질 않을까? 그림이란 것이 시대와 작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 화폭위에 화가의 생각을 담은 것이라는 전제를 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이, 그림에 있어서 아직도 완전 문외한인 한문선생의 생각이다. 미술관에 뭘 좀 알고 가자. 혹자는 그냥 미술작품을 보고 그냥 느끼고 그냥 즐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알고 나서 그냥 즐기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즐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질 않는가? 그냥 즐기지 말자. 뭘 좀 알고 나서 그냥 즐기자. 그림을 보고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공부하고 얻은 지식의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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