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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내골 영남 알프스 찾아 350Km

잡동사니

by 빈배93 2011. 7.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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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년 여름이면 간부학생수련회를 인솔한다.

우리학교 간부수련회가 추구하는 것은,

잘 놀고, 잘 먹고, 잘 쉬다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고생한 간부들 이때라도 마음껏 놀고 쉬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을 하는 나로써는 어려운 점이 있다.

한정된 예산에 잘 놀고 잘 먹고 잘 쉴 곳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지난 주에 산내에 있는,

국민청소년 수련원(http://www.gukmin.or.kr)에 답사를 다녀왔다.

물 좋고 공기 좋고 시설도 좋았지만, 단 하나가 부족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바베큐'를 먹일 수가 없었다.

(청소년 수련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이었다) 

 

산내 청소년 수련원의 정경

 

그래서 재차 간부수련회를 위한 답사를 다녀오게 되었다.

수많은 검색과 통화 끝에 찾은 곳이 배내골에 위치한 영남 알프스 산장이었다.

빈배 왈, "여보세요? 영남 알프스죠?

여기는 부산에 있는 모모여고인데요,

간부수련회 때문에 문의 전화 드립니다."

산장 주인 왈, "여기는 학생들을 데리고 오기에는 부담스러우실 텐데요?"

빈배 왈, "일단 견적서 한번 보내주시지요."

견적서를 보고, 조건이 맞아서 영남 알프스 산장에 답사를 가게 되었다.

물론 그 조건이란, 잘 놀고, 잘 먹고, 잘 쉴 수 있는 것이었다.

예산은 다른 데서 최대한 아껴서 집행을 해서 겨우 해결되었다. 아싸!

 

14시 18분. '영남 알프스'로 가는 길에,

점심을 예약하러 '수정가든(Tel. 052. 264. 8100)'에 들렀다.

미리 알고 온 것은 아니고, 가는 길에 눈을 가오리처럼 해서,

90명이 동시에 먹을 만한 장소를 물색하다 찾은 곳이다.

여기서 우리 아이들이 먹을 음식은 묵은지찜정식(1인분 7000원)이다.

일단 깨끗하고 주변 환경이 참 좋았다. 제발 맛있어야 할텐데.

 

식당 입구에는 나무로 깍아만든 재미난 목각이 있다.

오른쪽 두개의 조각상은 부부의 모습인가? 하여튼 참 정겹다.

 

그 아래에도 조각상이 하나 있는데,

꼭 술먹고 코가 삐뚤어진 사람의 얼굴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옆에는 솟대 두 세 개가 날렵하게 서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석남사로 날아갈 듯한 기세다.

 

식당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장독대가 있는데,

그냥 돌과 진흙으로 만든 담 너머로 보이는 모습이 정겨웠다.

음식 맛에 대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일단 조건은 완벽하다.

얘들아 기대해라! 방긋^^.

 

도중에 배내골 초엽에 위치한 강촌연수원(http://benegol.com)에 들러보았다.

올해는 가지 않지만, 가능한 많은 정보를 알기 위해 시설을 꼼꼼히 둘러보았다.

연수원 뒤쪽에 있는 계곡의 물은 단연 최고였다.

수량도 풍부하고 깨끗한데다, 숙소와 바로 붙어있었다.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 연수원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강촌 연수원 바로 옆에는 '칠구소'라는 곳이 있다.

출렁다리 너머로 보이는 곳인데, 당연히 입수금지 구역이다.

그럼에도 대학생으로 보이는 10명 정도가 수영을 하고 놀고 있었다.

위험한데...쯧!

 

15시 08분. 출발한지 2시간 30분 만에,

'영남 알프스(http://youngnamalps.com)'에 도착하였다.

입구부터 뭔가 좀 있어보였다.

아이들이 '우와!' 할 것 같다.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할 생각이다.

"짜식들, 내가 여기 알아낸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선생님 잘 만난 줄 알아라.ㅎㅎ"

 

정문을 들어서면 시원한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다.

물을 아래로 흘려내면 동양적인 것이고,

물을 위로 뿜어내면 서양적인 것이라고 하는데,

알프스라는 서양적인 이름에 동양적인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어, 묘한 생각이 들었다.

조화인가? 부조화인가? 아무튼, 볼만했다.

 

나팔꽃인가?(내가 워낙 꽃이름을 몰라서, 늘 꽃만 나오면 작아진다.ㅎㅎ)

이 꽃은 숙소 어디를 가든 예쁘게 피어있다.

꽃 너머로 보이는 것이 계곡인데,

풍덩하고 수영할 만큼의 수량은 아니지만,

더위를 식히기 위한 물놀이를 하기에는 괜찮은 것 같다.

 

숙소는 에어컨에 벽걸이 TV에 충분한 욕실까지,

지금껏 간부수련회 다닌 곳 중에 최고의 시설이었다.(내가 너무 좋게만 보는 건가? 그런데 좋았다.)

축축한 방에 에어컨 없고 TV도 없고,

 아이들을 때꺼리로 몰아넣는 수련회에 내가 너무 익숙해서 그런가?

아무튼 이런 곳이 아니면 안된다는 교장선생님의 그런 마인드는 참 좋은 것 같다.

덕분에 나나 우리 부장님은 심신이 피로하긴 했다. 보람은 있지만.ㅋㅋ.

 

석탑도 세워져있고, 그 아래에는 나팔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여기는 숙소 올라가는 계단이다.

돌로 된 것 보다는 나무로 된 계단이 사람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것 같다.

 

사무실 바로 옆에는 요렇게 약수물처럼 만든 것도 있다.

아마 먹는 물은 아닌 것 같다. (아니, 먹는 건가? 위에 바가지가 있는 걸로 봐서.)

 

숙소 앞에 테라스도 모두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중간에 커다란 나무가 여러 그루 서 있는데, 

마루판 가운데를 파낸 사이로 올라와 있다.

 

주차장 너머로 배내골 계곡을 둘러싼 산들이 보였다.

장마라 하늘에 가득한 구름과 그 사이로 언뜻 비치는 햇살이 볼 만 하였다.

 

식당 건물이 특이하였다.

사방이 다 문이라서, 시원한 계곡의 바람을 맞으며 식사하기에 좋았다.

하여튼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의 건축 기술은 자부할 만 하다.

 

간부수련회 답사를 오면 좋은 점이 몇가지 있다.

학교를 벗어나 시원한 자연과 만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미리 맛본다는 즐거움도 있다.

(이런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ㅎㅎ)

 

드디어 빈배 최초의 맛집 포스팅 등장.(내가 몇번 시도해보았지만, 번번히 실패했었다.ㅋㅋ)

우리 아이들이 먹을 음식 1번 '흑돼지 수육!'

나는 개인적으로 깨끗한 가게에 깔끔한 음식을 선호한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지저분하면 왠지 꺼림직해서 말이다.

일단 주변 환경은 배내골이니 100점. 식당도 멋져서 100점.

음식은 12시에 식사를 하고 온 까닭에, 저주 받은 음식감별능력 때문에,

뭐라 말하기 힘들어, 함께 온 부장님께 여쭈어보았다.

(우리 부장님은 입맛이 대단히 예민하시다. 그래서 맛있다면 학교에서 다들 그렇게 인정해 주신다.)

 

부장님 왈: "괜찮네요!"

 

수육과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깔끔하고 좋았다.

 

우리 아이들이 먹을 음식 2번. 흑돼지 삼겹살.

초벌을 해서 기름기를 빼고 나온 것인데,

다시 부장님에게 물어보았다. "어떻습니까?"

 "나는 이게 수육보다 더 좋은데요. 고기도 상당히 좋은 것 같아요.

이걸로 다 달라고 하면 안되나?"

나는 개인적으로 고기 굽는 시간 동안에 뭘 많이 먹는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견해로(ㅎㅎ),

삼겹살 구워질 동안 수육이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해서,

수육과 삼겹살을 함께 먹는 것으로 결론을 내었다. 

 

배를 두드리며 숙소 점검에 나섰다.

계곡과 접한 곳곳에 벤치와 테이블이 놓여있다.

아이들과 앉아서 별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기에 좋겠다.

그런데, 아이들이 나하고 이야기를 해줄까?ㅋㅋ.

 

여기가 우리 아이들이 식사할 대형 식당이다.

당연히 여기도 사방으로 문을 열 수 있는 구조다.

100명의 여학생이 늘어서서 흑돼지 삼겹을 굽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분명 장관일 것이다.

 

아이들이 먹을 식당 창문 뒤로 툇마루가 있는데,

한 분이 누워서 주무시고 계셨다.(내눈에 그렇게 멋져보였다.)

다음에 오면 나도 여기서 저렇게 꼭 누워서 자보고 싶다.

 

숙소에서 4Km 떨어진 곳에 파래소 폭포가 있다.

옛날에 기후제를 지냈던 곳이라고 하는데,

'파래소'라는 말이 '비오기를 바란다'는 의미라고 한다.

여학생들 정말로 산에 올라가기를 정말 싫어한다.

아이들에게 뻥을 칠 생각이다.

"파래소에서 소원을 빌면 다 이루어진데."

사실 완전 거짓말은 아니지 않은가?

비오게 해달라는 소원도 소원이니.ㅋㅋ. 

 

나는 교직경력 12년에 생활지도부만 12년이다.

늘 아이들을 야단치고, 조용히 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아이들은 나를 무서워한다. 

그것이 보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간부수련회를 통해 아이들을 격려하고 함께하는 일을 할 수 있을 때가 더 행복하다.

제발 아이들 모두가 "선생님, 최고로 좋았어요!"라는 말을 한다면 좋겠다.

아마 그렇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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