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라이딩을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만, 양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런 여행이 재미있는 것은 무엇을 만날 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계획을 짜고 떠나는 여행도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여행은 더 재미있습니다. 오늘을 무엇을 만나고 왔을까요?(서문은 이만큼입니다. 그런데 에드박스 때문에 더 길게 써야만 할 것 같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언제부터 외모에 신경썼나?ㅋ)
범어사 지하철 역을 지납니다. 출입구의 지붕이 특이합니다. 범어사의 고찰을 본 뜬 것입니다. 우리나라 지하철 역사의 출입구 디자인 중 수작입니다. 그 기둥에는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양상현의 『거꾸로 읽는 도시, 뒤집어 보는 건축』을 참조하였습니다.)
1시간 가량을 달려서 노포동 터미널을 지났습니다. 조금 더 가니 엄청나게 큰 불상이 보입니다. 전부터 차를 몰고 지나니며 한 번은 가봐야겠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이제서야 가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미지의 불상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라이딩 족들이 꽤나 많이 다닙니다. 도로 사정도 좋습니다. 차 없고, 숲 울창하고, 길 평평하고, 이정도면 최고의 길입니다.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불상은 더 엄청납니다. 절의 조경이 완전 예술입니다. 월척을 낚은 기분입니다.
이 절은 대한불교 조계종 '홍법사弘法寺'였습니다. 통도사의 말사라고 합니다.
2009년 4월에 대웅보전이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홍법사 내의 모든 것이 새 것입니다. 저 석상도 차츰 세월의 흔적이 묻어가면 더 그윽한 향을 내겠지요?
'전진불삼존불天眞佛三尊佛'입니다. 천진불은 부처의 마음이 아이같다고 하여 천진한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논어』에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말하지 말고, 듣지 말라"는 글이 떠올랐습니다. 삼존불이 갖는 메시지는 "진리가 아니면 보지 말고, 말하지 말고, 듣지 말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아래의 조명시설이 꼭 마이크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콘서트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천진불삼존불 아래에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안내문이 뜬다고 합니다. 홍법사 곳곳에는 이런 안내판이 있습니다. 과거와 최첨단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고찰의 오래된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지만, 홍법사의 이런 산뜻한 느낌도 꽤나 근사했습니다.
홍법사 곳곳에는 코스모스(맞나?)가 한창입니다. 코스모스 너머로 잔디밭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이런 불상도 모셔져 있습니다.(뭘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홍법금샘'입니다. 샘물 너머로 장독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가봅니다.
장독대 위에는 찬거리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장독도 새 것이네요.
'대웅보전'의 전경입니다.
대웅보전 앞에 있는 다리를 형상화한 연못입니다.
'약사여래불藥師如來佛'입니다. 중생의 모든 병을 고처주는 부처님입니다. 홍법사의 모든 것이 깨끗한데, 단 하나 이 약사여래불을 감싸는 유리만이 그렇지 못했습니다.
대웅보전 뒷편에 있는 '일원상一圓相'입니다. 중생이 본디부터 갖추고 있는 깨달음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바로 옆에 있는 나무와 멀리 보이는 건물까지 멋스럽습니다. 절에 왔다는 기분보다는 무슨 미술관에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소나무가 보기 좋아서 사진을 담아보았는데, 소나무 너머 푸른 하늘이 더 좋습니다.
대웅보전 앞에 있는 돌기둥입니다.
대웅보전 안입니다. 여기도 '천진불삼존불'이 있습니다.
홍법사에는 각종 부설기관들이 참 많습니다. 심지어 어린이 컴퓨터교실까지 있습니다. "불교 믿으세요!" 보다는 각종 문화사업을 통해 포교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역시 그랬군요. 홍법사는 '청소년 포교 도량'이었습니다.
드디어 아미타대불 앞에 섰습니다. 2010년에 점안식을 하였다고 합니다. 대불의 높이는 21m이고 건물의 높이까지 합하면 45m입니다. 좌불로는 국내 최대라고 합니다.(얼마나 큰지 비교해보기 위해 사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려 촬영하였습니다. 엄청나죠?)
아미타대불을 보며, 석굴암의 불상을 떠올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석굴암의 불상이 정말 잘 생겼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이 아미타대불을 보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야합니다. 불상 아래에는 출입구가 있습니다. 불상 안에는 하나의 공간이 있는데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된 사리탑이 있습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사리탑입니다. 안내하시는 분의 말씀에 따르면 부처님 손가락 부분이라고 합니다. 이 절의 주지스님이 달라이라마로 부터 직접 전해받았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있을 경우 대웅전에는 불상을 두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리가 봉안된 그곳을 '적멸보궁'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홍법사는 먼저 불상을 조성하고 뒤늦게 사리를 받았기 때문에 사리탑과 불상이 둘 다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의 5대 적멸보궁은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중대사, 취서산 통도사,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입니다. 홍법사는 통도사의 말사이니 6대 적멸보궁이라 불러야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미타대불이 있는 난간에서 남쪽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북쪽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일원상 너머로 살짝 가려진 건물이 멋스럽습니다.
이건 또 뭔가요? 실외에 이렇게 부처님을 모셔 놓은 것이 무슨 이유가 있을 듯한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떠나기가 아쉬워 꽃을 찍고 나무를 찍어봅니다. 그리고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습니다.
홍법사 뒤에 있는 조리마을입니다.
주차장이 있었습니다. 그 아래로 '소문난 보신탕'이라는 간판이 있습니다. 절을 안내하는 표지판 밑에 보신탕 간판은 뭔가 좀 아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조리마을 표지석 옆에는 보호수가 있습니다. 수종은 팽나무인데, 수령이 250년인지, 350년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나무도 보호해야겠지만, 안내판도 좀 보호하면 안될까요? 여기까지가 지난 토요일 라이딩에서 제가 보고 느낀 내용들입니다^^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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