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학산 중턱에서 바라본 낙동강| 모든 산 들을 감싸고 흐르는 낙동강은 어머니의 품과 같다.
부산에는 터널이 참 많다. 20개쯤 되는 것 같다. 그만큼 부산에는 산이 흔하다. 어느 산을 오르던 낙동강을 만난다. 바다로 들어가기 전, 강으로서의 마지막 생을 지켜볼 수 있다. 무한으로 확대되는 강폭과, 거기에 비례하여 한없이 느리게 흘러가는 강물은 유장하다. 부산의 얕트막한 산들이 종알대는 딸들이라면, 그 모든 산들을 감싸고 흐르는 낙동강은 어머니의 품과 같다.
|승학산 억새밭|승학산에 올라 억새밭을 보았다기 보다, 억새밭을 보기 위해 승학산에 올랐다.
승학산에 올랐다. 시험을 마쳐낸 학교 동료들과 땀을 흘렸다. 이맘 때 승학산은 억새밭이 일품이다. 승학산에 올라 억새밭을 보았다기 보다, 억새밭을 보기 위해 승학산에 올랐다. 승학산은 부산의 서쪽 끝에 위치해 있다. 전설에 의하면, 고려말 무학대사가 이곳에 왔다고 한다. 산의 형세가 꼭 학이 날아가는 듯 해서, '승학乘鶴'이라고 이름하였다고 한다.
|억새꽃이 피었습니다| 억새는 은빛이고, 갈대는 갈색빛이다.
억새는 뭍에 살고, 갈대는 물가에 산다. 억새는 은빛이고, 갈대는 갈빛이다. 갈대 사진을 찍어둔 것이 있어 살펴보았더니 정말 그렇다. 둘 다 벼과의 1년생 식물이다.
|석양빛을 머금은 억새꽃|억새꽃은 그 반짝이는 은빛 때문에 노년의 백발을 떠올리게 한다.
억새꽃은 그 반짝이는 은빛 때문에 노년의 백발과 닮았다. 해질 무렵 석양과 함께 좋은 짝이 된다. 정년이 다 된 선배 교사와 썩 잘 어울린다. 그 셋을 한번에 바라보았다. 해질 무렵 승학산의 억새는 바람에 하늘거리면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손짓한다. 어쩌면 낙동강이 끝나는 바다를 보며 손짓하는 지도 모르겠다.
|억새밭을 걸어가는 사람들|천천히, 유장하게, 그렇게 살라는 듯 낙동강은 흐르고, 억새는 손짓한다.
산들을 품은 낙동강에서 한없이 넓은 품의 어머니를 본다. 석양 속에 피어난 억새꽃에서 인생의 여유로움을 채득한 노년의 모습을 듣는다. 바다로 들어가며 강으로의 삶을 마치는 하구에서 생의 마지막을 읽는다. 천천히, 유장하게. 그렇게 살라는 듯, 낙동강은 흐르고, 억새는 손짓한다.
|승학산 중턱에 활짝 핀 코스모스|코스모스 너머로 우리의 삶의 공간이 그림인양 펼쳐져 있다.
이 가을 고요한 산 속에서 삶의 경건함을 배우고, 느리지만 여유로운 삶을 살라는 자연의 몸짓에 머뭇거린다. 겨울이 오면 승학산의 푸근한 은빛 억새꽃은 지고, 차가운 은빛의 눈발이 날리겠지.
(2011.10.11. 승학산 억새밭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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