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체육공원은 부산시 금정구 체육공원로 399번길에 있다. 집에서 자가용으로 20분 남짓한 거리다. 민간 사업자로 관리가 넘어간 후로는 '스포원파크'로 개명하였다. 공원이 부족한 부산에서, 공원은 각별하다. 걸어서 20분 거리에 공원이라면 더 좋겠지만, 자가용으로 20분 거리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만 해도 어딘가 싶다. 10월의 마지막 일요일에 아이들과 기어이 또 찾아왔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원일망정, 그 안에 심어진 나무며 꽃들의 자연 그 자체이다.
공원의 주자장에 은행나무가 샛노랗다. 이억 년도 더 전에 나타난 것이 은행나무다. 은행나무란 종은 2억 년도 더 되었건만, 개개의 은행나무에 매달린 그 잎은 수명이 고작 1년이다. 은행나무는 2억년 이상을 종족 보존을 해오다 이제는 주차장을 가르는 칸막이의 용도가 되었다. 그래도 도심이 아닌, 한적한 공원의 칸막이라 조금은 낫다. 은행나무는 영원이지만 그 잎은 찰나다. 금정체육공원의 은행나무는 그 자체로 자연이지만, 그 용도는 인위이다.
빗방울이 비쳤지만, 삼삼오오의 가족 나들이를 많이 왔다. 넓은 공원이라, 덜 북적이는 느낌이다. 지난 여름 고무보트를 타고 놀았던 인공 연못에도 가을이 왔다. 물 아래로 온통 낙엽이다. 물 위로는 단풍 든 나무가 비친다. 하늘이 흐리니, 물도 흐리다.
철에 맞지 않는 꽃밭과 단풍이 든 나무 사이로 아이들은 자전거를 달리며 즐겁다. 계절의 변화보다는 자전거의 힘을 빌어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이 더 흥미롭다면, 그대는 동심을 간직한 사람이다.
낙엽이 떨어지는 것은 수분을 보존하기 위한 나무의 몸부림이다. 전체를 위한 부분의 희생이다. 내년에 또 다른 잎이 돋아날테지만, 저 개별로 힘이 다한 낙엽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지난 봄과 여름의 찬란한 시절은, 공원 관리자의 빗질에 쓸려버린다. 그렇게 가을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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