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인 삶을 위한 창조여행『트립』, 양허용, 미다스북스, 2011.
블로그 방명록에 ‘이슬아빠’란 분이 글을 남기셨다. 책을 한 권 출판했는데, 보내 줄테니, 서평을 부탁해도 되겠냐,는 용건이었다. 이전에도 그런 식으로 몇 번 책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글 빚이 주는 부담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은 지 오래였다. 그런데 ‘이슬아빠’의 부탁은 흔쾌히 수락하였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블로거’였기 때문이었다. 저자 양허용 씨가 가는 길이 내가 가는 길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전에도 누차 밝혔지만, 이 놈의 블로그를 통해 어떻게든 내 이름을 건 책을 출판해야겠다는 것이 내 꿈이다. 어떤 종류의 책을 내어야 될지 아직도 정해진 건 없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내 능력의 부족함만 절감할 뿐이다. 그래도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
『트립』은 자기 계발서다. 그 형식은 ‘소설’을 빌어 왔다. 나는 ‘자기 계발서’를 꽤나 많이 읽어왔다. 올해만 해도 적어도 10권 이상을 읽었다. 그러나 이런 형식의 자기 계발서를 읽은 것은 처음이다. 책장은 술술 넘어갔다. 책을 집어 들고 251페이지의 분량을 다 읽기까지 한 번도 놓지 않았다.
인용되는 글귀들은 익숙한 것들이었다. 어떤 책에서 인용한 것인 지까지는 알 수 없었으나, 모조리 다 분명히 읽어본 것들이었다. 저자의 서술 역시 어떤 식으로든 들어본 이야기였다.(아마 저자의 독서 범위가 나의 범위 이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기뻤다.) 그런데 이게 소설의 형식으로 포장되니 꽤 볼 만 했다.(이지성의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가 이미 이런 형식으로 출판되었다.) 혹 책과 친하지 않은데, 자기 계발서 쪽으로 관심이 있다면, ‘입문서’로서 ‘꽤나 괜찮은 책’이라 생각해본다. 단 자기 계발서를 충분히 읽어본 사람이라면 조금 ‘싱거울 수도’ 있겠다.
『트립』의 주인공 송은우는 40살에 구조조정으로 회사에서 잘린 인물이다.(40살이면 김난도 교수의 인생시계로 환산하자면 낮 12시에 해당한다. 괴로워서 포기하기엔 이른 시간이다.) 무지하게 괴로워한다.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새로운 인생의 멘토들을 만나게 되니(이 부분이 소설적으로 좀 엉성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우연에 의한 사건의 해결 말이다.), 바로 여행 작가 김민기와 전직 벤처그룹의 신화였던 이세영 회장이다. 그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인생설계를 하게 되고 결국은 자신을 잘라낸 회사에 가서 ‘자기 계발 전문가’로서 강연을 하는 사람이 된다. 자기를 자른 상사가 사과하고 쿨하게 이해한다는 맨트를 날린다. 아 통쾌하다! 이것이 이 책의 큰 줄거리이다.
나는 주인공 송은우보다 여행 작가 김민기가 더 매력적이었다. 왜냐고? 여행 작가가 내 꿈이고 내가 현재 걷고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기껏해야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정도지만. 필력을 끌어올리고, 안목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심혈을 기울여 쓴 ‘해동용궁사’ 포스팅이 조회수 20이 안되었음에도.) 이 책을 읽으며 얻은 최고의 소득은 조만간 신문사, 여행 잡지에 원고를 투고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이 책은 소설적으로 뛰어난 구성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애초에 이 책이 작자 양허용 씨의 처녀작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설의 형식을 빌려 온 ‘자기 계발서’라는 한계가 작용했다고 본다. 하지만 작자는 용기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본다. 그 유명한 이지성의 초창기 저서인 『꿈꾸는 다락방』을 읽고 난 나의 감상이 이러했으니. “무슨 책이 이렇게 엉성하지? 초짜 티가 너무 나네. 그리고 상당부분이 다른 자기 계발서의 내용을 마구 가져다 썼잖아. 한마디로 아마추어의 자기만족적인 책이네.” 그런 이지성이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유명인이 되었고, 책의 수준도 비약적으로 발전을 했다.
단언하건데, 『트립』의 완성도는 『꿈꾸는 다락방』과 비슷하거나 더 높다. 작자 양허용씨는 용기를 갖고 더 용맹정진하길 바란다. 그래서 수많은 블로거들의 전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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