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짧게 하기 위해, 편하게 생각을 옮기기 위해, 문투를 수업하듯이 꾸며봤습니다. 그래서 좀 무례합니다. 실험적인 것이니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교과서에서 뭘 배워야 하나? 교과서에 실린 글을 읽고 이해하고 문제를 풀면 끝이냐?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중간과정이고 통로일 뿐이다. 교과서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것은 따로 있다. 죽을 때까지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른채 통로만 헤멜레? 정 그러고 싶다면 말리진 않으마.
교과서에서 배워야 할 것은 뭐냐? 글 속에 담긴 '마음' '생각' '사고' '정신'을 배워야한다. 위의 넷을 구분해서 설명할 수 있나? 나는 못한다. 노력해 본들 쉽지 않다. 어쩌면 정확한 구분이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여튼 그 넷을 배워야한다.
예시는 뭔가를 설명하기에 좋은 도구다. 『심청전』을 예로 들자. 『심청전』은 다들 읽어봤다. 안 읽어봤다면 틀림없이 한국 국적이 아닐 것이다. 학교 다닐 때 뭘 배웠는가 떠올려보자.
첫째, 골아픈 고문古文의 해독을 배웠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외웠다'. 왜 그렇게 해독이 되는가도 조금 배웠다. 배우면 뭘하나? 하나도 모르면서. 그래서 그냥 무작정 외우기만 했으면서.
둘째, 주제, 장르적 특성, 모티프, 수사법 등을 배웠다. 여담이지만, 웃긴건 필기하고 나서 참고서를 보면 죄다 똑같다. 주제를 스스로 파악해 본 적이 있나? 한두 번은 해봤을 테다. 그리곤 포기했다. 주제 파악을 해봤어야 능력이 생기지. 능력없는 아이들에게 주제를 써라고 하는 선생도 참 한심했을 것이다. 선생이 그걸 가르쳐야 되는데, 그게 또 쉽지 않다. 그래서 편한 길로 갔다. "짜씩들아! 그냥 외워!" 그래서 주제는 꼭 참고서가 알려주는 대로만 외웠다. 그래서 오늘날 대다수 국민들이 '주제 파악'이 안된다.
이러니 국어가 좋을 놈이 어디 있겠나? 古文은 항상 고문拷問이기만 했다. 『심청전』에서 배워야 할 핵심은 조선인들의 정신이고 생각이다. 그리고 그들의 것을 내 것과 비교해서 내 정신과 생각을 정립해야 한다. 이제부터 내가 그 대안을 제시한다. 어쩌면 아니 아마도 확실히 누군가 이런 방법을 제시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대안은 나혼자 끙끙거리며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이 대안은 표절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심청전』을 읽기 전에 이런 질문을 숙제로 했다면 어땠을까?
1.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다. 엄마는 안계신다. 넌 뭘 할래?
2. 니 목숨 값이면 아버지가 몇 년 더 사실 수 있데. 어쩔래?
3. 부모님을 위해 니가 양보할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야?
4. 니 친구가 부모님 눈뜨게 하려고 죽었다면, 니 친구 부모님을 어떻게 볼까?
5. 니가 부모인데, 니 새끼가 그랬다면 넌 어떤 기분일까?
6. 니 몸값이 얼마면 팔아치울래?
7. 인신매매하는 나쁜 놈과 공양미 300석 주고 춘향이를 제물로 바친 중의 차이는 뭘까?
8. 숭고한 목적이면 사람을 죽여도 되는거야?
9. '숭고하다'는게 뭐냐?
이런 질문을 받으면 황당할거야. 환장할거야. 근데 잘 생각해야해. 꼭. 그리고 나서 『심청전』을 읽으며 니 생각과 등장인물의 생각을 비교해봐. 재미 있을거야. 거기에서 뭘 배우게 될까? 그렇지! 옛날 사람과 니 사고방식의 차이를 배우게 돼. 나아가 옛날과 지금의 차이를 짐작하게 된다 말이지. 또 좀더 본질로 들어가 '충효'의 무지막지함을 알게 되고. 좀 더 나아가면 충효의 활용 가능성도 말할 수 있게 된다 말이지. 그러고 나면 니 정신 내지 생각이 좀더 성숙해진다 말이야. 이게 제대로 된 교과서 읽는 방법이야. 논술? 위의 질문을 말만 조금 어렵게 바꾸면 그게 다 문제라니까. 내가 만들어볼까?
교과서만 그리 읽을 것이 아니야. 그냥 보는 책도 그렇게 질문지를 만들어놓고 봐. 분명 좀더 잘 읽을 수 있을 거야. 책은 재미난 건데, 니가 재미없게 읽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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