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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집] '맛'과 '맛집'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독서

by 빈배93 2012. 2. 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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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집』, 예종석, somo, 2011.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는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는가를 생각해보면, 가족사와 무관하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한 가족이 살아온 과정은 그 구성원의 식생활 습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부모의 고향, 경제적 여건, 음식에 대한 취향, 편식 습관 등은 자식의 식사습관을 결정짓는다.(155)’

 

    나는 유독 을 즐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영향이다. 지금도 아버지는 매일 을 드시고, 밥을 드실 때면 반드시 이 있어야만 한다. 게다가 그 면과 국에는 자극적인 마늘과 고춧가루가 꼭 들어간다. 40이 다 된 내 식성은 아버지의 그것과 완벽히 일치한다. 심지어 반주까지. 내 생각이 내 생각으로 정착된 과정을 생각하는 것과, 내 식성이 내 식성으로 정착된 과정을 생각하는 것은 거의 같은 경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으로도 철학을 할 수 있고, 식성으로도 철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조한 맛집 포스팅, 재미 없어!

 

    블로그를 하다보면 맛집 블로거를 흔히 보게 된다. 입장을 해서 포스팅들을 보다보면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는 생각이 틀림없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맛집 포스팅은 세 가지의 의미를 갖는다. 첫째, 맛집을 찾아가려는 사람을 위한 안내. 둘째, 음식점에 대한 이야기. 셋째, 음식 자체에 대한 이야기. 내가 선호하는 것은 음식 자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음식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이건 쫄깃했고, 이건 좀 싱거웠고, 이건 양이 좀 적었고…….”라는 식이다.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닌 나로서는 도무지 재미가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음식을 소재나 주제로 한 인문학적 이야기이다. 그런 나의 생각과 나름대로 맞아떨어지는 전문블로거가 간혹 있다. 예를 들자면 맛객!’ (맛객에 대해서는 참 많은 말들이 있다. 논란의 진위를 나는 잘 모른다. 나는 그 컨텐츠만은 아주 높게 평가한다.)

 

 

밥집, 음식과 세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밥집이란 책을 읽었다. 지은이 예종석은 애초에 좀 사는 집에서 태어났다. 미국 유학을 다녀오고 현재 한양대 경영대학장으로 있다. 여건이 좋은데다 음식에 대한 관심 또한 지대해서 평생을 좋은 음식을 먹어왔다. 부럽고 샘난다. 부럽고 샘나는 것은 그 뿐이 아니다그는 음식에 대한 해박한 식견을 갖고 있다.  그 식견을 글로 풀어내는 능력 또한 예사가 아니다현재 한겨레 신문에 정기적으로 음식과 관련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그는 맛을 안다는 것과 맛집을 많이 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인 까닭에 신뢰의 깊이는 맛집의 양이 아니라 정보의 깊이에서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많은 음식의 맛과 맛있는 음식의 본고장에 밝고, 음식의 내력과 재미있는 일화에까지 정통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식에 대한 애정과 매력, 나아가서는 호식가好食家가 되려는 의욕까지 북돋아 주는 사람이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이 책은 그런 그의 생각이 잘 구현되어 있다. 굳이 그가 소개한 음식점에 찾아가지 않아도, 읽는 재미만으로도 괜찮은 책이다.

 

 

짧고 강렬한 밥집 소개, 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이 책에는 수많은 밥집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한 편의 글에서 대부분은 음식과 세프에 대한 이야기이다. 밥집에 관한 소개는 극히 소략하다. 기껏해야 그의 밥집 소개는 이런 식이다. “대원식당은 순천 시내 시네마극장 근처이며, 전화번호는 (061) 744-3582이다.” 그의 음식에 관한 해박한 식견이 펼쳐진 뒤에, 한 줄로 등장하는 밥집 소개는 강렬하다. 천 컷의 사진과 만 줄의 찬사보다 더 큰 울림을 갖는다. 소개하는 이의 안목에 감탄할 때, 사람의 마음은 쉽게 움직인다.

 

    이 책에는 수많은 참고서적이 등장한다. ‘무슨 책에는 라 했고, 누구는 라 했다는 서술이 참 많다. 자료를 찾고 모은 정성이 대단하다. 하나 아쉽다면 그런 자료들을 본인을 글 속에 잘 녹여내어 그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다. 이 책에는 우리가 즐겨 먹는 거의 모든 음식에 대한 유래와 역사가 들어있다. 집에 한 권 쯤 꽂아두고 외식이 있는 날 해당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서 읽어보고 간다면, 음식 문화에 해박한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좀 더 풍요로운 글쓰기를 고심하는 요리블로거와 맛집블로거라면 꼭 참고해야할 책이기도 하다.

 


밥집

저자
예종석 지음
출판사
SOMO | 2011-03-25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음식을 알면 세상의 이치가 보인다!『밥집』은 단순히 맛집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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