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섰다. 어머님이 말씀을 하신다.
“민민아! 아빠 오셨는데, ‘다녀왔습니까?’하고 인사해야지?”
이놈은 그래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두 손을 배꼽에 모으고서 허리를 굽히며 “아빠, 학교 다녀왔습니다.”라고 했더니, 그제야 인사를 한다. 어머님이 다시 말씀을 하신다.
“민민이가 매번 유치원 차에서 내리면서, 선생님께 인사를 안 해. 인사하라고 하면 ‘방구 똥씨’ 뭐 이런 이상한 말만 하고는 달아나…….”
아직 5살 밖에 안 된 아이라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인사의 중요성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읽던 책에 그와 관련된 좋은 글이 있어 옮겨본다.
1930년대 한 유대인 선교사가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만 되면 골목길로 산책을 나왔다. 산책을 하면서 누구를 만나든지 웃으면서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마을에는 ‘밀러’라는 젊은 청년이 있었다. 그는 유난히 이 선교사의 아침인사에 대해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당시 사람들은 선교사와 유대인에 대해 감정이 그리 좋지 않았기에, 청년은 한 번도 선교사의 인사에 답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교사는 하루도 빠짐없이 웃으면서 청년에게 인사를 건넸고, 하루는 그의 열정에 감동한 청년이 모자를 벗으며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했다.
몇 년이 흘렀고, 나치들이 정권을 잡아 통치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마을 사람들과 선교사는 나치들에게 끌려갔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줄을 세우더니, 손에 지휘봉을 든 한 지휘관이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왼쪽!” “오른쪽!” 알고 보니 왼쪽에는 곧 전쟁터로 끌려가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그나마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 사람들이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이때 지휘관이 선교사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새파래진 얼굴로 다가갔다. 두려움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선교사가 고개를 들자마자 지휘관과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지휘관은 자신의 마을에 살던 밀러였다.
선교사는 자기도 모르게 예전처럼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밀러.” 밀러는 무표정한 얼굴에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그의 목소리가 어찌나 작은지 앞에 서 있는 선교사만 겨우 들을 정도였다. 선교사를 바라보며 밀러가 외쳤다. “오른쪽!”
『10일 안에 변신하기』, 멍화린 지음, 남은숙 옮김, 도서출판 예문, 2006. pp.115∼116.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인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를 보면 행복하다. 똑같은 복장 위반이라도 인사 잘하는 친구는 은근히 봐주게 된다. 저 유태인 선교사와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마찬가지의 경우가 아닌가? 산책하며 마을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하기!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마주치는 낯선 사람과 소리내어 반갑게 인사하기! 우리의 삶을 살맛나게 해주는 방책이다. 그런데 절대 인사하기 싫은 사람이 간혹 있긴 하다. 어찌해야 하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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