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교내 흡연 금지를 통해 바라본 '자유롭다'는 것

학교2

by 빈배93 2012. 6. 7. 08:30

본문

   6월부터 교내에서 전면 흡연금지령이 내렸다. 운동장에서도 흡연은 안된다. 덕분에 흡연을 하는 교사들은 교문 밖에 나가서 흡연을 해야한다. 딱한 교사들은 이런 말을 한다. "에휴∼. 이제는 끊어야지. 이거 부끄러워서……." 성인이라면 담배를 피는 것도 피지 않는 것도 자유지만,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다.

 

   자유란 자의에 의해서 하고싶을 때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것다. 그런데 흡연은 그 성질상 '자의'에 의한 것이 못된다. 니코틴이라는 강력한 중독물질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신체에 직접 명령하는 것이니, 심각하게 자유에 반하는 것이다. 담배로부터 진정 자유롭다는 것은 무엇일까? 피고 싶을 때 피고, 피지 않아도 전혀 인내라는 항목이 필요 없을 때가 아닐까? 물론 불가능하다. 니코틴은 우리 몸을 그렇게 놓아주지 않는다. 결국 담배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끊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교내 흡연 금지령으로부터 비롯된 '자유'에 대한 생각을 내 삶의 전반으로 확대해보면, 독서, 글쓰기, TV시청, 배드민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과연 자유로운 분야가 있는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배드민턴은 상당히 '자유'의 상태에 가까운 것 같다. 예전하는 하루라도 치지 않으면 금단증세에 시달렸다. 그러나 10년 쯤 지난 요즘은 거의 매일 치지만 여의치 않아 치지 못하게 될 때도 크게 스트레스가 없고, 치게 되면 무한한 즐거움을 누리고 있으니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TV시청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스스로 스트레스 없이 통제가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독서와 글쓰기는 매일 읽고 매일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최근 글쓰기에 대해서는 칼을 빼어들었다. 2년간 철저하게 지켜오던 '매일 글쓰기'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 결과 뭔가 허전한 하루가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진통이 아닌가 생각된다. 독서에 대한 강박관념은 여전히 나를 지배한다. 이조차도 자유로워지고 싶다. 나를 지배하는 혹는 나를 규정하는 나의 여러 행위들에 대한 진정한 자유. 그것을 얻기 위한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어야 한다. 

 

   고병권 선생의 『생각한다는 것』에 나온 다음 구절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본다.

 

   여러분 중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과 얽매여 있는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고요. 그 구분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하지 말아 보세요. 혹시 불안하고 공부도 잘 안 되고 이상하게 신경질이 나세요? 그럼 여러분은 반쯤 컴퓨터의 노예가 된 겁니다. 나에게는 컴퓨터 게임을 할 자유가 있다고 아무리 소리쳐 봐도 쓸 데 없는 일입니다. 게임이든 무엇이든 여러분의 즐거움을 위해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때, 여러분은 비로소 자유로운 것입니다. 어떤 일을 그만 둘 수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은 여러분이 그만큼 무능력하고 자유롭지 않다는 말입니다. ‘베르그손이라는 철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유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98)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