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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들] 성석제 식의 요절복통 유년기 회상

독서

by 빈배93 2012. 6. 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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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석제의 소설『아름다운 날들』(강, 2011.)을 읽었다. 이문구의 『관촌수필』이 떠올랐다. 이 책을 『관촌수필』로 정의하자면, 성석제 식의 『관촌수필』이라 할 수 있겠다. 성석제 식이란, 유머러스하고 조금은 수다스러운 유쾌함을 뜻한다. 실제 읽으면서 조용히 웃음 지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 책에는 유년기에 한 번은 보았음직한 거의 모든 캐릭터가 나온다. 글줄 꽤나 읽었으면서 고지식한 마을 어른.(주인공의 할아버지) 그 어른에게 약간은 주눅이 든 아들.(주인공의 아버지) 고지식한 마을 어른의 철없는 손자.(주인공이다. 이름은 원두) 아이들에게 바보라고 놀림 받는 아이.(원두보다 두서너살 많은 친구, 진용이) 깡다구 하나로 마을을 휘어잡는 어른(깡다구)과 그를 누르는 가난하지만 자존심 강한 어른(진용이 아버지). 서울에서 놀러온 아름다운 소녀. 동내 처자와 썸씽을 일으키는 청년. 그들의 모습은 잠시만 생각하면 내 이웃의 모습이기도 하였다. 성석제는 이 소설을 집필하고난 후기에 이런 글을 덧붙였다.

 

   추억이라는 광에 남아 있는 내 어린 시절에는 소설로 쓸 만한게 거의 없다고 나는 생각해왔다. 그곳은 개에게 쫓긴 닭이 날아오르던 초가지붕을 슬레이트로 개조하는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육칠십년대의 전형적인 농촌다운 확고한 질서와 실용의 세계였기 때문이다. … 책을 통해,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어린 시절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체험을 얻어듣다보면 무척 약이 올랐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재구성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약올랐던 게 약藥이 되었던가 보다.(256쪽)

 

   후기도 웃기다. "약올랐던 게 약이 되었다"는 말은 특히나. 세상이 질서와 실용의 세계이던 아니던, 유년시절의 추억은 아름답다. 중요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창이니……. 질서와 실용은 어른들의 것일 뿐, 아이의 천진한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그마저도 동화 속 세상의 모습이 아닐까? 유토피아는 언제나 과거형인 듯 하다. 우리는 우리의 유년 시절을 언제나 아름답게 느끼지 않는가?『 아름다운 날들』을 읽으면서 내게도 그런 유년시절이 있었음을 떠올리며, 빙긋 웃게 된다.

 

   현재의 삶이 팍팍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현실을 잠시 벗어나 보는 것도 좋겠다.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너무 공부로 몰아세우지는 말자. 그네들도 그런 저런 추억 정도는 쌓을 권리가 있지 않겠는가? 아무튼 역시 성석제는 성석제였다. 웃긴 소설가! 나를 웃긴 소설가! 모두를 웃기는 소설가!  

 

 


아름다운 날들

저자
성석제 지음
출판사
| 2004-12-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기발한 상상력과 통쾌한 웃음, 예리한 풍자와 날렵한 입담으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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