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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룸살롱 기사를 보며 떠올린 김훈의 글

잡동사니

by 빈배93 2012. 8. 2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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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수 룸쌀롱'이라는 검색어가 이슈였다. 뭔가 싶어서 기사를 몇 개 찾아봤다. 어이가 없었다. 문득 『남한산성』의 첫머리가 떠올랐다.

 

   장으로 발신한 대신들의 말은 기름진 뱀과 같았고, 흐린 날의 산맥과 같았다. 말로써 말을 건드리면 말은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빠르게 꿈틀거리며 새로운 대열을 갖추었고, 똬리 틈새로 대가리를 치켜들어 혀를 내밀었다. 혀들은 맹렬한 불꽃으로 편전의 밤을 밝혔다. 묘당廟堂에 쌓인 말들은 대가리와 꼬리를 서로 엇물면서 떼뱀으로 뒤엉켰고, 보이지 않는 산맥으로 치솟아 시야를 가로막고 출렁거렸다. 말들의 산맥 너머는 겨울이었는데, 임금의 시야는 그 겨울 들판에 닿을 수 없었다.(9∼10쪽)

 

   치판에는 말꽤나 한다는 사람이 많다. 정치판을 향해 말을 날리는 정치판 밖의 사람도 부지기수다. 진중권, 김용옥, 이외수…….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수없이 쏟아지는 말들은 꼬리에 꼬리를 서로 엇무는 떼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결코 끝나지 않는 진흙탕 싸움판을 오락삼아 보다가, 노트북을 덮는다. 트위터, 블로그, 페이스북……. 끊이지 않는 인간의 말들이, 과연 인간을 현실의 공간에 닿게 할 수 있을까? 사실만 말해도 진실에 닿기 어려운데, 사실인 듯한 말과 사실이 아닌 말이 뒤섞여서 난무하니, 인간이 말로서 진실에 닿는다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남한산성

저자
김훈 지음
출판사
학고재 | 2007-04-1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그해 겨울, 47일 동안 성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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