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김제동
김제동의 책 두 권을 읽으며, 그가 "무슨 책을 읽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김제동이 책은 안 읽는 사람이라 짐작했다. 그의 화려한 언변은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 연마된 것이라 짐작했다.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의 거의 마지막 페이지에 가서야 발견한 글 한 토막.
<그(김제동)의 글은 문학적이다. 그는 정식으로 글을 배우거나 쓴 적이 없다. 그러나 그가 독서광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폭넓은 독서를 바탕으로 형성된 글 솜씨는 놀라울 정도로 문학적이다. 때로는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드는 매력이 숨어 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을 나는 몰랐다. 나의 완벽한 오판이었다. 책의 내용을 삶 속에서 녹여내어, 토해낸 말이 어디에서 왔는지 짐작할 수 없는 경지. 김제동은 거기에 있었다. 나는 걸핏하면 ‘무슨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무슨 책은 이러저러하다.’는 말을 해왔다. 나의 그 말들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책의 토사물에 불과했다. 그 토사물을 보고 그간 흐뭇해왔던 것이다.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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