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외가가 시골이라, 외가는 모두 시골에 있는 줄로만 알았다. 철이 들면서 외가가 도시에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외가는 시골이라야 제 맛이란 생각은 변함없다. 자라는 아이에게 외가든 친가든 둘 중 하나는 시골에 있는 것이 좋다. 그런 점에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미안하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묘는 마을 뒷산(애기봉산)에서 사시던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두 분이 차례로 돌아가시고 나니, 외가는 그대로 남아있어도, 이미 외가가 아니다. 명절만 되면 어머니와 아버지는 노구를 이끄시고 꼭 산소에 다녀오신다. 그런데 곧 무슨 도로가 날 예정이라고 한다. 그 바람에 산소가 없어진다고, 그래서 이번 성묘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하셨다. 나도 따라 붙기로 했다. 집사람과 아이들도 따라 붙게 되었다. 차 한 대에 여섯 식구가 총 출동. 3시간을 달려 산소에 도착했다.
무덤가에서 아이들은 솔방울 줍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그 아이들이 위험할까 노심초사였고, 어머니는 묏등을 쓰다듬으며, “어째 터를 잡아도 이런 데 잡았느냐?”며 우셨다. 이제 그 묘마저도 사라지고 나면, 어머니의 친정에 대한, 아버지의 처가에 대한, 나의 외가에 대한, 모든 끈이 다 끊어지는 셈이다. 생사가 다 그런 것이고,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지만, 마음이 영 안 좋은 건 어찌할 수 없다. 경상북도 경주군 입실리. 우물가 커다란 감나무가 있는 집. 나의 외가外家다.
ⓐ 외할아버지·외할머니 산소. 2012.09.30.
ⓐ 외할아버지·외할머니 산소. 2012.09.30.
ⓐ 외할아버지·외할머니 산소. 2012.09.30.
ⓐ 외할아버지·외할머니 산소. 2012.09.30.
ⓐ 외할아버지·외할머니 산소. 201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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