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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가에 대한 모든 끈이 다 끊어지는가

잡동사니

by 빈배93 2012. 10. 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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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외가가 시골이라, 외가는 모두 시골에 있는 줄로만 알았다. 철이 들면서 외가가 도시에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외가는 시골이라야 제 맛이란 생각은 변함없다자라는 아이에게 외가든 친가든 둘 중 하나는 시골에 있는 것이 좋다. 그런 점에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미안하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묘는 마을 뒷산(애기봉산)에서 사시던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두 분이 차례로 돌아가시고 나니, 외가는 그대로 남아있어도, 이미 외가가 아니다. 명절만 되면 어머니와 아버지는 노구를 이끄시고 꼭 산소에 다녀오신다. 그런데 곧 무슨 도로가 날 예정이라고 한다. 그 바람에 산소가 없어진다고, 그래서 이번 성묘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하셨다. 나도 따라 붙기로 했다. 집사람과 아이들도 따라 붙게 되었다. 차 한 대에 여섯 식구가 총 출동. 3시간을 달려 산소에 도착했다.

 

   무덤가에서 아이들은 솔방울 줍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그 아이들이 위험할까 노심초사였고, 어머니는 묏등을 쓰다듬으며, “어째 터를 잡아도 이런 데 잡았느냐?”며 우셨다. 이제 그 묘마저도 사라지고 나면, 어머니의 친정에 대한, 아버지의 처가에 대한, 나의 외가에 대한, 모든 끈이 다 끊어지는 셈이다. 생사가 다 그런 것이고,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지만, 마음이 영 안 좋은 건 어찌할 수 없다. 경상북도 경주군 입실리. 우물가 커다란 감나무가 있는 집. 나의 외가外家.

 

  

 

ⓐ 외할아버지·외할머니 산소. 2012.09.30.

 

ⓐ 외할아버지·외할머니 산소. 2012.09.30.

 

ⓐ 외할아버지·외할머니 산소. 2012.09.30. 

 

 ⓐ 외할아버지·외할머니 산소. 2012.09.30.

 

ⓐ 외할아버지·외할머니 산소. 201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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