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천사의 얼굴, 악마의 얼굴

잡동사니

by 빈배93 2012. 9. 27. 13:57

본문

   『문장』의 한 구절. <예수님을 가운데로 하여 열 두 제자가 양 옆에 앉아 있는 광경을 그린 다 빈치는, 주님의 얼굴과 배반자인 유다의 얼굴만은 쉽게 떠올릴 수가 없었다. 고심 끝에 밀라노에서 가장 선하고 신앙심이 깊다는 사람을 불러오게 했는데, 그의 얼굴을 본 순간 다빈치는 곧 주님의 형상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사람의 얼굴을 모델로 하여 다 빈치는 주님의 얼굴을 완성했다. 그리고 나서 화가는 차례차례 제자들의 모습을 완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수년이 흘렀으며 마지막으로 배반자의 상징인 유다의 얼굴만 남게 되었다. 유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던 화가는 할 수 없이 이번에는 가장 흉악한 살인범을 불러와 그 모습을 모델로 하여 <최후의 만찬>을 완성했다. 1498년 마침내 벽화가 완성되었고 유다의 모델이었던 살인범을 감옥으로 돌려보내게 되었다. 그때 살인범이 울면서 말했다.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다 빈치는 모르겠다고 했다. "선생님, 저는 몇 년 전 선생님이 주님의 모습을 그리실 때 모델로 삼으셨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후대에 누군가가 이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인듯 하다. 그런데 내게는 사실 여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천사와 악마를 오가는 존재라는 훌륭한 진실을 보여주니 말이다. 생각해보자.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차례 선과 악을 오가질 않는가? 어떤 때는 선의로 누군가를 도와주면서 수줍어하고, 어떤 때는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질 않는가?

 

   나이 사십이면 제 얼굴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한다. 그 말이 참말이라는 것은 내 머리에서 거의 굳어진 생각이다. 어느날 문득 거울을 보았을 때, 죄악으로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을 보고서 소스라치게 놀란다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열 번 잘 해도 한 번 삐걱하면 끝장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저런 이유로 최소한 나쁜 짓은 하지 말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지? 오늘도 이미 한두 번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것 같은데…….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