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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럽지 않게 중독을 치유하는 법

잡동사니

by 빈배93 2012. 10. 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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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람의 스마트 폰으로 에니팡이란 오락을 자주 했습니다. 어느 날 집사람이 에니팡을 지워버렸더군요.별로 안타깝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마웠어요. 왜나면 이미 오락 중독을 여러 번 경험했고, 그 최선의 해결책이 지워버리는 것임을 몸소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컴퓨터 중독, 스마트 폰 중독, TV 중독, 니코틴 중독, 카페인 중독, 알코올 중독, 운동 중독, 문자 중독……. 세상에는 중독거리가 참 많습니다. 그것들 중 몇 개쯤 중독되어 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그 중독들을 대략 '비참한 중독'과 '우아한 중독'으로 나누어 놓고 생각합니다. 운동 중독과 문자 중독 쯤 되면 우아한 중독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해요. 중독되지 않는 최선의 비결은 뭘까요? 아예 중독될 그 무엇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사는 거라 생각해요. 헌데, 혼자 산이나 무인도에 살지 않는 한 불가능하지요.

 

   최근에 자가용을 끊고 지하철을 탑니다.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자가용을 타는 것보다 지하철을 타는 것이 더 득이 되기 때문이지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만큼 해보다가, 그 일이 주는 득이 해보다 현저히 작다고 느끼면, 저절로 그만 두게 되는 것 같아요. 남의 강요로 그만 둘 필요도, 스스로의 강요로 그만 둘 필요도 없습니다. 그럴 경우 곧 다시 시작하게 되더라고요. 무엇이든 실컷 해보게 놓아두는 것이 완전히 중독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실컷 하다가 어느날,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자각이 드는 순간, 중독과 이별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중독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강에 심각한 해가 되거나, 재기할 수 없을 만큼 삶이 무너지는 경우는 예외 조항으로 두어야겠죠. 

 

    담배 끊는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담배 끊는 것이 그만큼 힘들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걸 해내려면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기도 합니다. 강한 정신력을 본받고 싶다면, 역으로 담배 끊는 사람과 가까이 지낼 일입니다. 그런데, 담배 끊느라고 스트레스 받느니 그냥 계속 피운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 핑계일 수도 있겠으나, 영 틀린 말도 아닙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 절제가 미덕'이는 강요를 받으며 살아오지 않았던가요? 최근에 거기에 대해 과감히 NO!라고 선언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으면 그냥 하고 사는 삶이 어쩌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우리 학교 체육관에서 곧 바자회가 열립니다. 덕분에 2주 정도 배드민턴을 못 치게 되었어요. 예전 같으면, 안달이 났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덕에 손목과 어깨를 좀 쉬게 할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10년 쯤 치다보니 배드민턴 중독에서 벗어난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내게 남은 몇몇 중독들도 그런 식으로 자연 치유가 되면 좋겠습니다만, 아직은 먼 나라의 일입니다. 얼마를 더 중독 상태로 지내야, 자연 치유가 이루어질까요?

(2012.10.1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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