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베르베르 소설의 특징은 인간으로서는 파악 불가능한, 외부의 시각 혹은 내부의 시각으로, 사건을 엮어간다는 데 있다. 독자는, 베르베르가 외부 혹은 내부를 알려주기 전까지는 결코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없다. 독서가 독자로서 작자의 의중을 파악하는 싸움이라고 할 때, 베르베르의 독자는 항상 패자일 수 밖에 없는데, 그 지점에서 베르베르 소설의 매력이 발생한다. 『인간』은 어느 고등동물의 유리 감옥에 갇힌 인류 최후의 두 남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베르베르를 좀 읽은 사람이라면, 베르베르 특유의 서술 방법을 금새 눈치챌 수 있는데, 혹시 좀 다른 방식일까 기대하다가는 실망한다. 베르베르의 유일한 희곡이라는 점을 빼고는, 너무도 베르베르적인 전형이기 때문에 식상하기까지 하다. 단, 희곡 속의 대사 하나 하나에 주목한다면 잔잔한 재미 정도는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왜? 그래도 베르베르니까!
100도씨
6월 민주항쟁? 그게 뭐지? 1987년에 100만이 거리에 나선 거대한 항쟁이었는데, 가장 격렬하게 항쟁했던 도시 부산에 살았는데. 체육관 선거에서 직접 선거를 쟁취한 통쾌한 역사였는데, 그럼에도 노태우가 당선된 웃긴 역사였는데, 나이 마흔이 다되서야 그게 뭔지 이제 감을 잡았으니, 그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해준 학교와, 그에 대해 무관심했고 아주 쉽게 그들의 빨간칠을 믿어버렸던 나 자신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사는 군사독재 정권의 잔당들! 목숨 건 투쟁이 두려운 건 인정한다. 나도 두렵다. 그래서 당신에게 목숨 건 투쟁을 하라고는 말할 자신도 자격도 내겐 없다. 그러나 최소한 그들의 희생을 두고 붉은 칠은 말자. 목숨 건 투쟁은 못할 망정, 선거는 하자.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맞서자. 그런다고 세상이 변할까? 쌍팔년도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오늘을 생각해보라. 많이 변하지 않았는가? 숭고한 그들의 피 덕분이다. 그 혜택을 공짜로 누리면서 또 다시 빨갱이 어쩌고 저쩌고 할 텐가? 당신의 잘못은 아니다. 당신의 무식함과 몰상식의 잘못이지. 이렇게 말하니 좀 덜 기분 나쁜가? 더 뜨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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