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다시 쓸고 닦을 것이 있다.」 만물은 가만히 있어도 엔트로피(무질서)가 증가한다. 자연의 법칙이 그러니, 쓰레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쓰이지 않아서 쓰레기가 되기도 하고, 용도가 다해서 쓰레기가 되기도 하며, 해害가 되어서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해가 되어서 쓰레기가 되는 경우는 좀처럼 없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다시 쓰면 쓰레기를 면할 수 있고, 새로운 용도를 가지면 쓰레기를 면할 수 있으며, 해가 득으로 바뀌면 쓰레기를 면할 수도 있다. 만물이 쓰레기가 되는 것은 엔트로피(무질서)의 증가 탓도 있지만, 제 위치에 있지 못한 탓이 크다. 만물이 위치하는 공간을 바꾸면 새로운 쓸모가 발생한다. 끊임없이 포지션을 변경한다면, 도저히 쓸모없는 것은 급격히 감소한다. 결국 위치하는 공간의 변경은, <얼마나 잘 버리느냐>의 문제를 <얼마나 잘 재활용하느냐>의 문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재활용! 이 얼마나 따뜻하고 기분 좋은 말인가?
가진 것이 없으면 버릴 것도 없다는데,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으니, 삶이란 무엇을 어떻게 버릴 것인가를 선택하는 과정이 된다. 한 번에 다 버리려 하지 말자. 그럴 수도 없을 뿐더러, 버릴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너무 심심하지 않은가? 이상理想(예를 들자면, 고독한 종교 지도자의 청빈한 삶)에 치우칠 필요도 없다. 이상은 나침반으로 작용하면 족하다. 현 상태를 인정하되, 가장 먼저 버려야 할 하나에 집중해서, 그것을 버리는 과정에서 재미를 찾자.
쓰레기통은 버리기 위해서 담는다. 쓰레기통은 더 담기 위해서 비운다. 그로써 주위를 깨끗하게 만든다. 분노·아집·욕망·허영·무지의 쓰레기를 문장文章이라는 쓰레기통 속에 담자.(물론 쓰레기통 자체도 깨끗해야 한다. 자주 자주 씻어줘야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의 쓰레기를 버림이요, 겸허한 자기반성이어야 한다.
레미제라블을 보고 떠올린 일곱가지 생각 (0) | 2012.12.21 |
---|---|
2012 대선을 통해 깨달은 것들! (0) | 2012.12.21 |
한 템포 천천히 (0) | 2012.12.17 |
창조적인 생각, 어디서부터? (0) | 2012.12.14 |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비밀, 어디에? (0) | 2012.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