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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시작된 신학기에 하는 기도

잡동사니

by 빈배93 2013. 1. 18.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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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고 화려한 꽃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작고 소박한 꽃도 아름답다. 꽃은 무엇이든 아름답다. 공부 잘하고 예의바른 학생만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공부 못하고 말썽을 부리는 학생도 사랑 받을 자격이 있다. 어떠한 학생이라도 사랑 받을 자격이 있다.  

 

   신학기가 빨리 찾아왔다. 1월인데, 가진급 형식으로 벌써 새로운 반이 꾸려졌다. 내 반이 된 아이들의 명단을 보고 안도와 탄식이 소리가 새어나온다. "올해 고생 좀 하시겠어요." "반 구성원이 상당히 좋네요." 그 소리들을 무던히 받아 넘기려 해도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1년 농사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어떤 씨앗을 갖고 시작하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그렇지만 잊지 않기로 한다. 농부가 씨앗이 나쁘다고, 한 해 농사를 포기하던가? 가진 조건 내에서 최선을 다해서 곡식을 길러내지 않던가? 좋은 씨앗이 척박한 땅에서 말라버릴 수 있고, 시들한 씨앗이 기름진 땅에서 무럭무럭 자랄 수도 있는 법. 내 반 구성원에 대한 안도와 탄식의 이전에, 교사로서의 자신이 어떤 토양인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가뭄이 들고, 폭풍우가 몰아치고, 서리가 내리고, 냉해가 와도, 어떻게던 싹을 틔우고 길러내어서 잘 여문 씨앗을 다시 받아내는 사명은 땅의 것이자 교사의 것이다. 겨울이 끝나고 언 땅이 풀리듯, 이 혹독한 교육 현실에도 봄이 찾아 왔으면 좋겠다. 멀리서 멀리서 느리게 다가오는 봄을 한발짝 먼저가 맞이할 수 있는 교사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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