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러시아에 톨스토이가 있고, 영국에 세익스피어가 있고, 한국에 조정래가 있다면, 그리스에는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참 재미있다. 조르바는 실존 인물이었다. 책 속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에 의해 어느 정도 변형된 모습으로 드러났을 테지만, 대부분의 일화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을 듯하다. 이런 짐작은 되지도 않을 소설을 끄적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2
장편소설『똥골마을』을 쓰다가 잠시 접어두고, 연습 차원으로 중편소설『배드민턴 탈출기』를 쓰고 있다. 그러다보니 독서량이 줄었다. 어쩔 수 없는 일. 둘 사이에 적절한 균형 - 그것이 있기나 한 지. - 필요하다.
3
나의 소설들은 천명관의 문투 - 그러니까 수다스러운 동네 아저씨 같은 문투 - 를 모방하였다. 그런데, 카잔차키스를 읽다보니 그것이 비루해보이기도 한다. 불현듯 카잔차키스의 문투를 따르고 싶다. 그래도 그대로 가기로 한다. 왠지 모르지만, 수다스러움은 자유로운 발상과 이어져 있을 것만 같다.
4
사흘을 읽었는데 이제 겨우 132p다. 조르바는 일체의 가식을 덜어낸 현자처럼 보인다. 일체의 가식을 덜어낸 삶이 이상적이라는 데 동의하는 바이지만, 자칫하면 불쌍놈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상적 삶과 비루한 삶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인물이 조르바요, 그런 조르바를 훌륭히 묘사한 이가 카잔차키스가 아닌가 한다.
5
번역인 이윤기 선생은 언제나 그렇듯 양서 중에서 양서만을 번역했다. 출판사 <열린 책들>의 책 치고 양서 아닌 것도 드물다. 든든한 번역인과 믿음직한 출판사의 존재는 확신이 부족해서 흔들리는 애서가에게 비빌 언덕이 된다.
그리스인 조르바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교양 있는 동네 아줌마의 수다 (0) | 2013.06.14 |
---|---|
독서가 주는 해악들 (0) | 2013.06.09 |
좋은 책 고르는 방법, 둘 (0) | 2013.05.10 |
책을 고르는 괴로움을 벗어나는 법, 좋아하는 작가 50명을 확보하라 (0) | 2013.05.09 |
읽었는데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에 대한 대처 (0) | 2013.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