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컴퓨터 + 휴대폰 + 책 + 글쓰기 = 100'이라 봤을 때, 어느 하나에 시간이 더 들어가면 나머지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 딱히 정해진 기준은 없다. 있어서도 안 된다. 있다면 괴롭다. 불가에서는 그것을 집착이라 한다. 나는 어떤 것을 볼 때 시간이 더 잘 가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는 어떤 것이 더 재미있는가와 연결된다. 이는 다시 어떤 것이 더 유익한가와 직결된다. 다섯 모두가 무료함을 덜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자유롭게 오가면 그 뿐. 무엇이 더 낫고 무엇이 더 못하다는 판단과 그로 인한 용쓰기는 피곤한 일이다. 그저 마음내키는대로 할 뿐.
책 안 읽는 사람을 욕할 필요는 없다. 그들로 인해 더 교양있어 보이니 고맙지 아니한가. 책 안 읽어서 나쁜 사람 되는 게 아니다. 염치가 없어서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독서계는 소수의 독자와 극소수의 저자들로 구성되는 그들만의 리그다. 그들에게 책은 십자가요, 독후감은 전도서이며, 저자는 목회자요, 독자는 교인이다. 일부 과격주의자는 "독서천국, TV지옥"을 외치고, 일부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 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그들은 그들의 미약한 힘으로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악다구니를 해댈 것이고, 세상은 그들의 십자가를 무게를 달아 팔아치울 것이다.
예수도 부처도 성모도, 그 누구도 책으로 성인이 된 적이 없다. 불가에서는 더 나아가 '교외별전'을 말하지 않는가? 책을 숭배하는 무리들은 "책에서만 구원을 찾을 수 있다"고 숨넘어 갈듯이 발악을 하는데, 그 소리가 너무도 미약하여 귀를 들이대지 않고서는 도무지 들리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그들만의 리그의 실상이다. 독서는 해롭다. 사람을 무모가게 만들어 위험에 처하게 하고, 사람을 예민하게 만들어 불편하게 한다. 노동을 멀리하게 만들고, 남을 멸시하게 한다. 자연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그 많은 댓가를 치르면서도 독서로 구원을 얻었다는 이를 들어보지 못하였으니, 독서는 해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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