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난 신간 서적은 잘 안 사. 왜냐고? 비싸잖아. 굳이 신간이 아니라도, 재미있는 책은 무한정 널려 있어. 그거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하지. 그러다 보면 금방 1년이 지나고, 신간이 구간이 되잖아. 그 때 사는 거야. 난 베스트셀러라는 것도 잘 안 사. 왜냐고? 그냥 남들 다 읽는 책이라서 나도 읽는다는게 영 마뜩찮아서 말이야. 삐딱하다고 해도 좋고, 반골 기질이 있다고 해도 좋아. 난 소설은 잘 안 사. 왜냐고? 소설이란 게 한 번 쓰윽 읽고 나면 다시 읽을 일이 잘 없잖아.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물론 소설 아닌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지만. 난 여자 작가의 소설을 잘 안 읽어. 내가 무슨 남성우월주의자라서 그런 건 아니야.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이랄까, 수다스러움이랄까, 그런게 나랑 영 안맞더라고. 그런데 신간이고, 베스트셀러고, 소설이고, 여성작가의 것인『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샀어. 내 습벽을 모두를 동시에 위배한 거지.
2
내가 왜 그랬을까? <짧은 소설>이란 말에 끌렸기 때문이야. 내가 요즘 소설 비슷한 것을 쓰고 있어. 나는 분명 소설이라고 쓰는데, 남들은 그렇게 안 보는 경우도 있어서, 소설 비슷한 것이라고 말한 거야. 아무튼 단편이라고 해도 원고지 100장 정도는 예사잖아. 내 필력으로는 단편 하나 쓰는 것도 힘들더라구. 그런데 신경숙의 이 짧은 소설들은 원고지 20장 내외의 것들이야. 나도 이런 식으로 쓰면 되겠다 싶었지.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한 2주 정도 망설이다가 결국은 샀지. 한 3분의 1쯤 읽었는데, 배울 게 많아. 나름 재미도 있고. 나도 이미 짧은 소설 써놓은 게 좀 있어. 원고지 분량으로 치면 편당 10장 내외로. 신경숙 것의 딱 절반이지. 그것들 개작해서 20장 내외로 만들어볼까 싶어. 그러면 나도 책 한 권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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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의 문투가 평소의 나답지 않지? 그럴거야, 신경숙의 문투를 따라해본 거니. 그러고 보면 난 참 귀가, 아니지, 눈이 얇은 사람인 것 같아. 김훈을 읽으면 김훈을 따라하고, 천명관을 읽으면 천명관을 따라하고, 신영복을 읽으면 신영복을 따라하니 말이야. 뭐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 글을 끄적인지 3년이 채 안 되는 내가, 벌써 내 문체를 갖는다는 게, 좀 위험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잖아. 한 10년 쓰면 내 문체가 생기겠지? 안 생기면 할 수 없고. 암튼 이 책, 내 예상대로 동네 아줌마의 수다 차원이야. 따뜻한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그게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아, 딱 좋아. 만약에 과했다면 『TV동화 행복한 세상』이 되었을 거고, 덜했다면 그냥 평범한 여성 작가의 어떤 소설이 되었을 거란 말이지.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책값 12,000원이 아깝지 않은 책이야.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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