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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수련회를 준비하며

학교2

by 빈배93 2013. 6.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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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간부 수련회 준비 시작. 간부 학생 80명을 인솔하여 8월 17, 18 양일에 걸쳐 배내골에 다녀올 계획이다. 전화를 돌렸다. 버스비를 알아봤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 숙소 두 군데를 알아봤다. 금액이 만만치 않다. 예산이 아주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좀더 넉넉했으면 싶다가도, <할 수 없지>하고 체념하게 된다. 예산 절약을 위해 인솔교사 숫자도 줄이란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니, <할 수 없지>하고 체념한다. 출장신청을 하고, 내부 기안을 올렸다. 1시간 30분을 바삐 뛰어다녔다. 다 끝내고 나니, 오늘 할 일을 다 끝낸 것일뿐이지만, 홀가분은 하다.

 

# 2

 

왜 그렇게 기를 쓰고 공부를 하는가? 왜 그렇게 기를 쓰고 공부해라고 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결국은 잘먹고 잘놀고 잘싸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너희들의 젊음을 학교에 저당잡혀 놓고, 골머리 싸매고 공부해야 한다.」고 몰아부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어쩌랴? 많은 아이들이 골머리 싸매고 공부하느라, 잘노는 것을 잊어가고 있는 것을.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잘노는 본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간부수련회는 놀이의 장이어야 한다.

 

# 3

 

간부 수련회 답사를 떠난다. 두어 곳을 살펴봐야한다. 숙소도 점검해야 하고, 식사도 점검해야한다. 가급적 한 방에 적은 수의 학생을 배정하고, 예산의 한도 내에서 최대한 기름진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 그 조건에 가장 맞춤인 곳과 계약할 것이다. 일하러 떠나지만, 늘상 머무르던 일터를 떠난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간부수련회와 관련하여 이미 많은 말들이 오고갔다. 혀와 귀는 할 일이 없고, 눈과 코와 살갗이 분주한 간부수련회였으면 한다.

 

# 4

 

전국 연합 모의고사로 다들 분주하다. 느긋하게 답사 출발 시간을 기다린다. 아침에 잠깐 고민했다. 카메라를 뭘 들고 가지? 결론은 가벼운 똑딱이. 인터넷에 널리고 널린 것이 보기 좋은 사진들이니, 거기에 초라한 사진 몇 장 보태서 뭐하겠다는 건가 싶었다. 행정실에 들러서 법인카드를 수령하고, 주유 영수증, 도로비 영수증, 점심 영수증을 챙기고, 견적서를 받아와야 한다. 간단한 일인데, 머리는 복잡하다.  

 

# 5

 

과거에는 출장을 참 싫어했다. 이젠 참 좋다. 더군다나 이렇게 숲이 우거지고 개울물이 흐르는 곳으로의 출장은 더더욱. 헉헉대는 차를 타고 배내골로 들어섰다. 첫번째 방문지. 무슨 과장인지 지배인인지 하는 분이 시원스럽고 친절하다. 내어온 냉커피를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한다. 일단 견적서를 받아들고 웃는 낯으로 일어섰다. 두번째 방문지. 이곳 과장인지 지배인인지 하는 분 왈. "저는 혈연·학연·지연 싫어합니다." "원칙부터 말씀드립니다." 옳은 말이고, 평소에 좋아하는 말인데, 영 불편하다. 아이들이 먹을 비빔밥을 시식하며 견적서를 기다린다. 비빔밥, 맛은 괜찮다. 견적서를 받아들고 나오면서, '원칙과 소신을 품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인데, 그게 입 밖으로 나올 경우 사람을 불편하게도 하는구나!' 싶었다.

 

# 6

 

배내골을 내려온다. 올라갈 때보다 경사가 더 심하게 느껴진다. 기어를 1단 놓고 내려오는데, 기어에서는 쉼없이 부웅하는 무서운 소리가 들려온다. 주유등이 들어왔다. 그렇게 흔히 보이던 주유소가 보이지 않는다. 고속도로에 접어들 때까지 결국 주유소를 찾지 못한다. 불안하다. 다행히 고속도로를 나와서 주유한다. 앗차, 법인카드로 결재를 안 했다. 행정실에서 뭐라 할건데. 에라 모르겠다. 어째 되겠지. 수련회 2일에 점심을 먹을 식당을 예약한다. 일정이 모두 끝났다. 한 일의 가짓수는 얼마 되지 않는데,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렸다. 세상 일이 다 그렇다. 내일은 버스를 예약해야 한다. 

 

# 7

 

혼자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로 온다. 길가에 입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스윽 보고 지나쳤다가, 다시 되돌아간다. 읽는다.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좋다. 가게의 품격은 의외로 이런 단순한 입간판에 의해서 높아지기도 한다. "햇빛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비친다. 허나 어떤 이는 따뜻하다 하고, 어떤 이는 춥다고 한다. 행복은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이고 느낄 줄 아는 능력이다." 사진을 찍는다. 같은 일을 해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일의 성질이 달라진다. 확실이 그러하다. 늘상 해오던 일이었지만, 이번 답사는 이전보다 기분 좋은 답사였다. 받아들이고 느낄 줄 아는 능력이 신장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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