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즐기는 방법 하나를 소개한다. 이름하여 <멀티 독서법>. 이는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이라, 어떠한 학술적 근거도 없다. 따라서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반드시 따라해야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선천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오랜 노력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쩌면 유용할 수도 있겠다 싶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하나를 진득하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나처럼 좀 산만한 사람에게 적합한 독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마음에 드는 책을 네 권 빌린다. 반드시 네 권이라야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굳이 이유를 들라면 개인적으로 가장 유효적절한 분류가 4분류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원용하여 책도 4권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둘째, 4권 중에 가장 끌리는 책을 읽는다. 읽다가 물리면 나머지 3권 중에 가장 끌리는 책을 읽는다. 그것도 물리면 나머지 2권 중에 더 끌리는 책을 읽고, 그것도 물리면 마지막 남은 한 권을 읽는다. 읽어도 읽어도 물리지 않는 책이 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무방하다. 반드시 우선 순위를 정해서 차례대로 읽을 필요도 없다. 셋째, 네 권의 책 중에 더 읽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지 않는 책이 있다면 즉시 반납하고 새로운 한 권을 보충한다. 넷째, 그 어떤 책도 읽고 싶지 않다면, 과감히 책장을 덮고 다른 일을 찾아본다. 산책도 좋고, 글쓰기도 좋고, 오락도 좋다. 하루도 좋고 이틀도 좋다. 그러다가 다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면 다시 책장을 편다. 다섯째, 완독한 책은 독서 목록에 남긴다. 목록이 길어질수록 독서 의욕은 더욱 왕성해진다. 여섯째, 독후감을 꼭 써야 할 필요는 없다. 쓰고 싶어 못 견딜 지경이라면 쓴다. 단, 누구의 이목도 신경 쓰지 말고, 정말로 하고 싶은 말만 간단하게 기록한다. 꼭 문장일 필요도 없다. 그림도 좋고, 마인드 맵도 좋고, 사진도 좋다.
나는 현재 『십자군 이야기 1』(시오노 나나미, 문학동네),『한계전의 명시 읽기』(한계전, 문학동네),『나비 넥타이』(이윤기, 민음사),『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1』(무라카미 하루키, 백암)을 동시에 읽고 있다. 『십자군 이야기 1』>『나비 넥타이』>『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1』>『한계전의 명시 읽기』순으로 많은 분량을 읽었다. 읽은 분량이 내가 생각하는 책의 질이나 재미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아무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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