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가 쓴 『십자군 이야기』(전3권)를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예전에도 십자군과 관련된 책을 몇 권 읽긴 했었는데, 재미도 없고, 그래서 남는 것도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분량에 있었습니다. 8차에 걸친 십자군 전쟁을 한 권에 담아내려면, 생략과 축약이 빈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어찌 그리 많은지, 지명은 또 왜그리 낯선지, 그러니 독자 입장에서는 어려울 수밖에요. 그런데 시오노 나나미는 달랐습니다. 총 3권의 책에 - 그것도 3권은 족히 두 책으로 분권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 상세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담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도 수준급이라, 무척이나 쉽고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성공적인 경험은 곧바로 같은 작가의 다른 책으로 이어집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로마인 이야기』(전15권)가 다음 차례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을 사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1권을 빌려 읽게 되었습니다. 이제 사는 건 물 건너 가버렸습니다. 현재 2권 『한니발 전쟁』을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것이 열세 권. 당분간 읽을 책을 고르느라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서 참 좋습니다. 아무튼 그밖에도 많이 남아 있는 시오노 나나미의 책들을 두루 읽을 생각입니다. 또 역사 쪽에 흥미가 일어난 김에 이이화의 한국사 시리즈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지런히 읽다보면 유독 많이 마주치는 작가나 책이 있습니다. 당장 읽지 않더라도 이 구석에서 한 번 부딪치고 저 구석에서 한 번 부딪치다보면 결국은 읽게 됩니다. 현재의 예상으로는 도스토에프스키가 우선 순위가 될 것 같습니다. 책과 함께 한다는 것, 참 좋습니다. 읽는 만큼 반응해주고, 안 읽는다고 뭐라하지 않고, 어떤 경우에도 시비를 건다거나 귀찮게 한다거나 서운해하지 않아서, 참 좋습니다. 딱 내가 함께하고 싶은 순간에만 함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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