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들고 찾아오는 학생을 보니 수시모집의 계절인 모양입니다. 자기 소개서를 손에 들고 소리내어 읽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조언을 합니다.
「이게 네 소개서인 것 모르는 사람 있니? ‘나’, ‘저’ 다 빼!」
「자기소개서는 너라는 제품에 대한 설명서야. 이런 저런 기능을 개발했는데, 한 번 써 보라고, 그러면 너희 대학에 득이 될 거라고, 너를 홍보하는 거야.」
「각 항목의 내용이 네가 가고 싶은 과에 들어가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되어야 해. 그런데 너무 직접적이면 속보이니까, 은근슬쩍 그렇게 몰아가는 게 요령이야.」
「팩트가 별로 없는 건 인문계 고3들의 공통사항이야. 문제는 네가 놓친 팩트에 있어. 그걸 잘 찾아야 해. 없는 게 아니라니까, 네가 떠올리지 못했을 뿐이지.」
「네가 하고 싶은 말이 이거 아니야? 그 말 한마디 하는데 무슨 문장을 이렇게 길게 써? 문장이 길면 힘이 없어. 양을 늘이고 싶다면 팩트를 더 찾아야지.」
자기 소개서의 내용이 달라도 조언은 비슷합니다. 고쳐온 글을 보면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조언이 훌륭했다기보다는 글이란 것이 원래 퇴고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나아지기 때문일 겁니다. 올 때마다 한 번 더 고쳐오라고 돌려보냅니다. 다음에 올 때는 더 나은 글이 되어 있을 테죠. 이 글도 서너 번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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