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고 밥이 나오지는 않는다. 책 속에 길이 있고 밥이 있다고들 하지만, 이는 책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숭배자들의 기만에, 혹은 그 기만에 완벽히 속은 어떤 이의 서툰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글을 쓴다고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글로써 먹고 사는 극소수도 따지고 보면, 순수하게 글로써 먹고 살지 않는다. 외국의 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가명으로 소설을 한 권 발표했다. 예상과 달리, 아니 예상대로 책은 팔리지 않았다. 작가는 미심쩍었던 진실을 확인했고, 우리에게도 그 진실을 알려주었다. 독자는 내용을 보고 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명성으로 책을 산다는. 대부분의 유명 작가의 글 역시 그러하다. 우연한 기회에 명성을 얻지 못했다면, 그들의 글은 한낱 아침 햇살에 사라질 이슬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 어쩌란 말인가? 책을 끊고 글을 끊으란 말인가? 아니다. 그렇게 과격한 결론을 끌어내지는 말라. 책 속에 밥이 없다고, 글로 밥벌어 먹고 살 수 없다고, 책과 글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책과 글의 가치는 돈이나 명예에 있지 않다.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책과 글 때문에 우연히 얻어진 부스러기에 불과하다. 책과 글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더 나은 삶을 위한 대화의 수단으로서 본질적 가치가 있다. 본말전도의 비상식이 상식이 된 이 세상에, 책과 글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책과 글만은 그래서는 안 되질 않겠는가? 책과 글을 읽고 쓰는 사람만은 그래서는 안 되질 않겠는가?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독서인? 작가? 부스러기에 목숨 거는 개미떼 속의 개미 한 마리?
당신도 한 끼의 먹을거리를 위해 사진을 찍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아마추어 작가라고 한다. 작가란 돈이나 명예, 사진을 위한 사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대화로서의 사진을 추구하는 사람을 말한다. 어떤가? 당신은 프로가 되고 싶은가? 아니면 작가가 되고 싶은가?
- 김홍희,『나는 사진이다』, 다빈치, 2010. 18p.
[독서글쓰기] 공부와 글쓰기 (0) | 2013.08.30 |
---|---|
[글쓰기칼럼] 자기 소개서 쓸 때 유의할 점 몇 가지 (0) | 2013.08.26 |
글쓰기, 절대 분량에 신경쓰지 마라 (0) | 2013.07.19 |
소설 비슷한 거 쓰는 남자 (0) | 2013.06.16 |
장편소설을 시작하기는 했는데 (0) | 2013.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