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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전공연수기] 집 떠나온 이의 이상야릇한 기분

복수전공

by 빈배93 2013. 9.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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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9월 11일 11시 30분. 5시까지 공주대학교 학생생활관(드림하우스)에 들어가기 위해 일찍 나섰다. 하필이면 어제 대구에서 KTX와 무궁화호의 충돌사고가 있어서, 열차가 지연이 되네 어쩌네 해서, 불안한 마음에. 공주대학교는 7,8년 전 쯤 일정연수를 받은 곳이다. 영 낯설지는 않지만 곰곰히 떠올려봐도 기억에 남아 있는 건 별로 없다. 그 땐 블로그를 하지 않던 때라 사진 한 장 남아 있질 않고. 부산에서 4시간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던 이동시간도 실제로는 5시간 30분이나 걸렸고, 대전역에서 걸어서 공주 가는 버스를 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아, 부실한 기억이여!

 

@ 부산역(2013.09.01.)

 

   케리어 하나, 배낭 하나, 노트북 가방까지 들고 보니 영 거치적거린다. 주말에 내려갈 때 케리어는 집으로 가져다 놓아야겠다. 연수 끝나면 책은 가급적 버리고, 짐은 택배로 부칠 생각. 12시 경에 부산역에 도착했다. 부산역을 마주 볼 때면 떠난다는 설레임이, 부산역을 등지고 볼 때면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일어난다. 연수 받으러 가면서 설레임은 무슨 설레임.

   

@ 대전행 KTX 안(2013.09.01.)

 

   12시 40분에 출발하는 KTX를 탔다. 대전까지 정방향 요금은 33,800원. 카드 비밀번호를 몰라 할 수 없이 현금으로 결재했다. 현금을 넉넉하게 들고 오지 않아, 불안불안. 돌아올 때도 현금으로 결재해야 하니 가급적 현금을 사용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대구 근처를 지날 때도 불안불안했으나, 별 일 없이 잘 지났고, 11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는 방송을 들었다. 그 정도면 이해해 줄만 하다.

 

@ 대전행 KTX 안(2013.09.01.)

 

   좌석 앞에는 코레일에서 발간한 잡지가 2권 꽂혀 있었다. 사진들을 유심히 봤는데, '와∼' 소리 나오는 사진은 없었다. 이제껏 잡지같은 걸 사보는 사람이 이해가 안 됐는데, 사진 공부를 좀 하다보니, 잡지가 사진 공부용으로 괜찮다 싶다. 사진잡지의 최고봉이라는 『네셔널지오그래픽』을 구독해봐?

 

@ 대전역(2013.09.01.)

 

   대전역에 내려서 공주가는 버스를 타는 곳을 찾으려다 실패. 행인에게 물으니 동부터미널로 가라고 했다. 할 수 없이 택시 탑승. 

 

@ 공주행 버스 안(2013.09.01.)

 

   택시 요금은 4,000원, 대전역에서 거리는 2.534km, 승하차 시간은 14:53∼15:02. 현금을 아끼려고 카드로 결재하고 받은 영수증에 이런 정보들이 담겨있다. 세상 정말 좋아졌다. 공주로 가는 버스는 3시 43분에 출발이었는데, 시간이 30분 정도 남아서 늦은 점심을 했다. 매뉴는 냉면. 맛은 모르겠고 시기만 했다. 현금으로 계산하고서, 후회. 현금을 돌려받고 다시 카드로 결재할까 싶었지만, 지갑을 열어보고 아직은 충분하다 싶어서 이내 포기. 

  

@ 공주행 버스 안(2013.09.01.)

 

   공주행 버스에 올라서, 운전기사의 대각선 쪽 제일 앞에 앉았다. 뒤쪽에 빈자리도 많은데 시커먼 남자가 옆에 떡하니 앉았다. 불편. 운전기사도 끊임없이 욕지거리를 해대는데, 그 역시 불편. 공주 신관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4시 30분 경. 학생 생활관(드림하우스)를 찾느라고 한 20분 헤맸다. 무슨 학생 생활관이 그리 많은지.

 

@ 공주대학교 학생생활관(드림하우스)(2013.09.01.)

 

   입실 수속을 밟고 기숙사에 들어선 시각이 5시 30분 경. 함께 지낼 분은 아직 오지 않으셨고, 빈 침대 두 개만 덜렁. 제일 먼저 인터넷 연결하고, 그 다음 식사하고, 두루마리 휴지 2개를 사서 돌아왔다. 집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려한다." "지민이에게 버럭했다."는 전언. 군대도 갔다왔고, 대학원 때는 하숙 생활도 해봤고, 일정 연수 때는 공주에서 여관 생활도 해봤건만, 집에서 홀로 떨어져 나왔다는 이 이상한 기분은 변함이 없다. 노트북 가져오기를 정말 잘했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보니 필요한 물품 몇 가지를 챙겨오지 않았음을 알았다. 비누와 수건은 사면 되겠고, 침대 시트와 옷걸이는 주말에 집에서 가져와야 할 듯. 적적해서 집사람에게 전화했더니, 지민이가 받아서 엄마 지금 목욕해서 전화 못받는다고 말하고는 뚝 끊었다. 그리고 종 무소식. 나이 40에 참 별 경험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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