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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사에서 [지리산]을 발견한 기쁨

독서

by 빈배93 2011. 2. 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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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를 휴대하기 시작하다

본격적으로 블로그 활동을 시작하면서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 카메라는 캐논 익서스 110 IS입니다. 그리 좋은 카메라는 아니지만 덕분에 기억하고 싶은 장면들을 담아내고, 추억을 떠올리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간혹 DSLR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고 바꿔볼까하고 생각하지만, 휴대성 측면 때문에 지금의 똑딱이로 만족합니다.

 

시가 있어 행복한 도시철도

지난 1월 백양산 둘레길를 다녀오던 길에,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음에 쏙 드는 시 한편을 발견하였습니다. 양곡이라는 분이 지은 [지리산]이라는 시인데요. 당연히 카메라에 담았습니다문득 생각이 나서 오늘 다시 꺼내어보게 되었습니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시선을 처리하기 상당히 힘든 공간입이다. 그래서 지하철 역사에 들어서면서 뭔가 볼거리를 찾게 되는데, '시가 있어 행복한 도시철도'는 썩 괜찮은 아이디어라 생각됩니다.  

시를 즐기지는 않는 사람을 감동시킨 시 [지리산]

 

남명 선생의 지리산 노래 [천왕봉]

 

천석들이 종을 보게, 큰 채가 아니면 두드려도 소리가 없네.(請看千石鐘 非大扣無聲)

만고에 우뚝한 천왕봉은,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다오.(萬古天王峯 天鳴猶不鳴)

<번역은 물론 제가 했지요^^. 제가 한문학전공이에요.>

 

제가 대학 다닐 때, 가장 좋아했던 시 중 하나가 남명 선생의 [천왕봉]이라는 한시였습니다. 양곡의 [지리산]과 비슷하지요? 하늘조차 울어도 결코 울지 않는 지리산. 그 굳건함을 본받아 그렇게 세상을 살다간 분이 남명 조식선생. 시가 짧으면 아무래도 여운은 길지만, 여운을 즐기기 위해서는 만만찮은 내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보통 양곡의 [지리산]처럼 길게 풀어쓴 시를 개인적으로 선호하긴 합니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사소한 일로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지리산]이라는 시를 떠올려 봅니다. 오만가지 말들과 행동들이 저를 스쳐가더라도, 그냥 굳건히 서 있는 지리산을 떠올려 봅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합니다. 이 시를 외우고 부적처럼 사용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리산을 닮은 아버지, 아버지를 닮은 지리산

말없는 지리산을 보고 사람들은 환호하고, 이야기하고, 추억합니다. 지리산은 그냥 그대로 말없이 서 있습니다. 저는 지리산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말없이 자식을 위해 헌신하시는 아버지. 그 앞에서 철없이 기뻐하고 슬퍼하며 투정부리던 우리 형제의 모습아버지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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