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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산책 나왔다가 케이블카 타게 된 사연

잡동사니

by 빈배93 2011. 3. 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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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을 가득 담아 포스팅하였습니다.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의 큰 아기가 보는 동화책에 아기고양이 땡이의 모험담이 있습니다. 아기고양이가 우산을 쓰고 놀러 나왔다가 태풍에 날려가 바다에 떨어집니다. 땡이는 우산을 배로 만들어 집으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는 길에 물고기 친구를 사귀게 되고, 안전하게 집에 도착합니다.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물고기 친구와 물방울 만들기 시합을 하며 즐거워한다는 것이 줄거리입니다. 이번 금강공원 산책이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땡이가 우산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면, 저는 케이블카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점이 다르지만요.

기암이 줄줄이 늘어선 금강공원 산책로 

산책로를 따라서 금강공원을 한 바퀴 돌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안내판에 따르면 40분 코스라서 딱 좋았습니다. 숲길도 아름다웠고요. 지난주에 법기 수원지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기억에, 산책 나온 것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를 따라갔습니다. 오른쪽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분이 그 분입니다. 그런데 그게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겨울에도 푸르름을 간직하고 바위위로 솟아있는 대나무 숲

121번 조난자 연락처에서 그 할아버지가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맙소사! 그분 역시 초행길이었습니다. 게다가 일본에서 관광와 무조건 산길을 오르고 계셨던 것이었습니다. 서툰 한국어로 제게 길을 물으시자, “저도 초행길입니다. 해가 지면 위험하니 혹시 길을 못 찾으시면 내려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럴려고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못 알아들으시고,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그냥 다시 산길을 올라가시더군요. 그 이후로 일본인 할아버지를 다시 보지는 못했습니다. 잘 내려가셨겠지요?

                                        올라가느냐 마느냐의 기로                                                                         불법무속행위의 흔적이 남아있는 부채 모양 바위

난 왜 이러냐? 산에만 오면 길을 헤메니. 지리산에서도, 금정산에서도, 집 뒤에 있는 윤산에서도, 지난 법기수원지 둘레길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며, 저는 등산을 포기하고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을 잃어도 계속 위로만 가면 고당봉 밖에 더 나오겠나? 이왕 온 거 끝장을 보자. 혹 길을 잃어버리면 포스팅거리 확실히 생기는 거고.’ 그래서 다시 발걸음을 돌려 산길을 올랐습니다.

                                                       산 중턱에 위치한 동굴                                                                          동굴 안. 번쩍이는 건 눈이 아니고 2개의 전구에요

등산복을 입고 오지 않아 땀이 차오기 시작했습니다. 금정산을 수 십 번도 더올랐지만, 금강공원으로 올라가는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오를수록 맛있는 경치들을 만끽하며 조금은 불안한 행보를 계속하다 케이블차를 지지하는 첨탑을 보자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케이블카를 지지하는 철탑                                                                             너럭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바라본 동래 

                        기암과 황토빛  낙엽이 어우러진 등산로                                                                                  기기묘묘한 뿌리들의 행진

정상이 보인다

높이 오른 고단함을 달래주는 동래의 풍광

금강공원에서 1.7km나 올라와버렸네요

케이블카 정류소가 보이자 안도감과 성취감에 몹시 기뻤습니다. 그대 휴정암’ 150m라는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가보았지요. 암자 자체는 볼 것이 없었지만 암자 뒤로 늘어선 바위들이 암자를 빛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암자에 늘기암괴석 앞에 자리한 휴정암                                                                                  암자에 늘어선 장독대                 

케이블카 정류소로 다시 와서 고민을 했습니다. ‘타고 내려갈까? 다시 걸어갈까? 금강공원 케이블카을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는데. 근데 뭐가 이렇게 비싸? 3,500원이잖아. 조금 더 가면 산성버스를 타도 되잖아. 버스비가 2000원 쯤 되지. 어라 별 차이도 안 나잖아. 그리고 포스팅할 내용에 케이블카가 들어가면 더 폼 나겠네.’ 이렇게 저와의 대화를 나누고 결국 케이블카를 타게 되었습니다.

                                 아래로 시원하게 뻗어있는 삭도                                                                                 처음으로 마주대한 금강공원 케이블카

                                                승차권 인증샷                                                                                         삭도와 케이블카를 동시에 잡아봤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동래 일대                                                                                            케이블카 아래의 절경

10분 남짓만에 도착했어요

1시간을 올라간 길을 10분 남짓한 시간 만에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시비들을 새로 만나고, 집으로 돌아와 베란다에서 금정산과 케이블카를 지지하는 첨탑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늘 모험은 정말 근사했답니다. 아기고양이 땡이만큼이나요^^.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최계락 시비

이형도 시비

집에서 바라본 금정산과 케이블카 지지탑

 

정성스럽게 작성했다고 느끼시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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