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집을 팔고 전세로 들어온 지 3년 정도 되었다.
팔 당시에는 더 이상 오를 집값이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젠장이다.
그사이 부산의 집값은 어디고 할 것 없이 5,000만원 이상 올라버렸다.
다시 말해, 집 팔았다가 3년 만에 5,000을 날렸다는 이야기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굳이 전세를 고집했던 집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집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미래를 어찌 알겠노? 니 탓은 아이다.”
그럼에도 집사람은 자기를 탓하는 것으로 들린단다.
2.
농부 바흠은 제 일에 자부심이 가득하였다.
“지금 생활에서 땅만 여유가 있다면 난 겁날 게 없어. 악마도 무섭지 않아.”
이 말을 들은 악마는 바흠을 파멸시키기로 다짐한다.
바흠은 땀 흘려 일한 끝에 조그만 자기 땅을 얻고는 무척이나 행복해하였다.
하지만 땅에 대한 욕심 때문에 점차 이웃과의 관계가 나빠졌다.
우연히 아주 먼 촌락에서 터무니없이 싼 값으로 땅을 판다는 소문을 듣고, 길을 나선다.
촌장은 바흠에게 조건을 제시한다.
“아침에 출발해서 해질 때까지 걸은 만큼의 땅을 주겠소.”
조금이라도 땅을 더 가지고픈 바흠은 무리를 해서 걷는다.
출발점에 겨우 도착한 바흠은 탈진해서 죽게 된다.
그리고는 2m 남짓한 구덩이에 묻힌다.
결국 바흠에게 필요한 땅은 그것뿐이었다.
3.
동양의 봉건사회에서는 농부를 선비의 아래에 놓았다.
이 이유는 정직하게 먹고 산다는 것 때문이었다.
농부 바흠 역시 정직하게 먹고 산다는 자부심이 가득 하였다.
하지만 땅에 대한 욕심이 그를 파멸로 몰고 갔다.
바흠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했을까?
그가 묻히기에 필요한 땅은 딱 2m였다.
끊임없는 소유욕이 마음의 악마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위의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다.
4.
부유함과 고귀함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른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 가져서는 안 된다.
이것이 부귀를 바라보며 가져야 할 '바른 마음가짐'이다.
가난함과 비천함은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것이다.
억울하게 그렇게 되었다 하더라도 불행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빈천에 대처하기 위해 가져야 할 '편안한 마음가짐'이다.
5.
바흠의 욕심을 욕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직한 땀은 아름다운 미덕이지만, 농부로서 땅에 대한 욕심은 필연이다.
살아가면서 비정상적인 행운이 닥쳐왔을 때, 바로 그 때가 위기이다.
바른 방법인지, 자신이 가져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장고가 필요하다.
덥썩 물었다가는 낚시 바늘에 걸려 횟감이 될 지도 모른다.
가난한 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내키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 마음이 그 모든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면, 가난은 이미 불행이 아니다.
6.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새꺄! 넌 먹고 살만하니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2 는 톨스토이의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의 줄거리이다.
4 는 [논어] 이인편의 글과 그에 대한 주자의 주석을 풀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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