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친구가 먼 곳에서 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 첫머리에 나오는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다.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온다면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어제 학교로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스승의 날이 지난지도 5일이나 되는 시점에, 예상치 못한 손님이, 먼 곳에서 오니 그 기쁨은 더하였다.
지금은 대학교 2학년이 된 3년전에 담임을 했던 아이들 3명이 찾아왔다.
반가운 웃음과 함께 아이들에게 나는 이런 말을 하였다.
“3학년 담임선생님 뵈러 온 모양이구나?”
아이들은 정색을 하며,
“아니에요! 선생님 뵈러왔어요.”
나는 그 아이들의 2학년 담임이었다.
보통 졸업생이 학교로 오는 것은 3학년 담임을 뵙기 위함인데, 2학년 담임인 날 보러 일부러 찾아왔단다.
다영, 가희, 수지. 이름도 예쁘고 이름만큼이나 마음도 이뻤던 아이들이 3년만에 처음 모교를 찾은 목적이 별 볼일 없던 2학년 때 담임을 보기 위해서였다.
“선생님,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들이 제일 친한 친구가 되어버렸어요.”
“다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오고 싶어요.”
“그때 우리 반 아이들 정말 착하고 좋았어요.”
"이놈들아, 대학생일 때 하고싶은 것 다해라."
"휴학하지 말고,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야해."
"하고 싶은 것 있으면, 집에 돌아가는 즉시 시작해. 차일피일 하다보면 결국 아무 것도 못해."
"아참, 누구누구는 요즘 어떻게 사냐? 가끔 만나기도 하니?"
"애인은 생겼냐?"
그렇게 한참이나 아이들과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내가 이런 말을 했다.
“그런데 가희야, 넌 선생님이 좀 부담스럽고 좀 싫지 않았냐? 옛날에 선생님이 말걸면 말 안받아주고 그랬잖아? 그런데도 찾아왔네.”
옆에 있던 수지가 대뜸 말을 받았다.
“선생님, 가희가 자기 담임샘 중에서 선생님이 최고였데요.”
“진짜로? 고맙다.흐흐”
그렇게 1시간을 여대생들과 수다를 떨고 헤어졌다.
“얘들아 자주 오지말고 1년에 한 번만 찾아와라. 잊을만 할 때, 찾아오면 정말로 즐겁구나. 내년에 꼭 와!”
공자는 먼 곳에 있는 친구들이 찾아오는 즐거움을 자랑했다.
하지만 나는 먼 곳에 있는 제자들이 찾아왔기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먼 곳에 있는 제자들이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오늘 글이 또 자화자찬이 되어버렸습니다. 학교 현장의 따뜻한 일들만 쓰려다보니 자꾸 이러네요. 이만큼 따뜻한 이야기 뒤편에는 이만큼 어려운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어려운 이야기는 쓰지 않으려구요. 그건 뉴스나 신문에서 주구장창 이야기 하고 있으니까요. 미리 밝힙니다. 저는 절대 대단한 교사는 못되구요. 아이들과 영적으로 교감하는 교사가 되고 싶을 뿐입니다. 부끄러운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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