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8일 13시 10분.
놀토를 맞아 모처럼 자전거를 타고 온천천으로 나왔다.
집사람 친구 둘이 아이를 둘씩 데리고 우리집엘 왔기 때문에 일종의 피난적 성격을 띤 외출이었다.
지금도 시큼한 하수구 냄새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오리가 살 만큼은 깨끗해졌다.
아마도 동래구청에서 오리를 방목한 것이지 싶은데, 이건 잘 하는 일이다.
매번 나오는 온천천이지만, 올때마다 계절이 바꾸어놓은 모습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금정구쪽 온천천은 뭘 할만한 공간이 별로 없어서 좀 우울하다.
하지만 동래구쪽 온천천은 넓은 하천부지로 인해 좀더 다양한 볼거리들을 찾을 수 있다.
주말이면 특히나 라이딩족들이 온천천을 많이 달린다.
남들이 입고 있는 옷을 보면 멋진데, 난 입을 자신은 없다.
이렇게 쭉 뻗은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온천천에서 수영강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잠시 도로를 타야한다.
도로를 타고 넘어가지 않고, 강변으로 바로 연결되는 길이 생겼으면 좋겠다.
수영강을 따라 해운대쪽으로 가다보면 조망권이 최고인 아파트들을 볼 수 있다.
아! 저런 곳에서 살고 싶어라.
근 1시간을 탔더니 엉덩이가 아파 잠시 쉬었다.
쉬는 장소가 따로 정해진 것은 아니고, 보통은 경치가 좋은 곳에 머무른다.
누리마루 APEC 공원을 지나서 계속 달렸다.
공원에는 봄소풍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잔디밭에 점심을 먹는 사람, 벤치에 앉아 도란거리는 사람.
그 모든 것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다음 주에는 도시락 싸서 아이들 데리고 한 번 나와야겠다.
14시 20분.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을 달려 수영강의 끝까지 왔다.
멀리 보이는 광안대교 밑으로 보트와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다.
그래서 항상 강건너편의 동화같은 집을 보며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래지하철역 아래에서 '온천천 세밀화전'을 하는 전시장에 잠시 들렀다.
아직도 전시관에 가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대범함이 없는지라, 몰래 몇 컷만 찍어보았다.
그냥 "촬영해도 되나요?"라고 물으면 될 것을.
온천천을 달리며, 사람이 사는 곳의 가치는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10년도 더 전에 보았던 선진국들의 쾌적한 산책로와 공원들이 서서히 우리나라에도 만들어져 가고 있다.
이것은 분명 긍적적인 변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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