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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작농과 마름에게 무슨 일이?

잡동사니

by 빈배93 2011. 6.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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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농촌 마을에 새로운 마름이 부임하였다.

 

새로 온 마름은 자그만 체구에 부리부리한 눈과 커다란 손을 가지고 있어, 마을 사람들이 은근히 두려워하였다.

 

마름은 부임 첫날, 소작농들을 하나 하나 찾아다니며 상냥하게 인사를 하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힘 닿는 데까지 도와드릴께요.”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런 인사를 받으면서도 경계의 눈빛을 지우지 않았다.

 

참 별난 사람이네. 마름이라는 사람이 우리를 힘 닿는 데까지 돕겠다니

 

새로 부임한 마름은 다음 날부터 마을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다,

 

소작농들은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은 체, 농사를 짓는 여가에 모여서 수근거렸다.

 

저러다 말겠지…….”

 

근데 아무튼 별난 사람인 건 맞는 것 같아.”

 

그 중 늙은 농부가 말을 하였다.

 

좀 더 두고 보자구. 사람 쉽게 판단하는 것이 아니야.”

 

다들 그렇게 다시 제 논밭으로 흩어져서 일을 하러 가고 마름은 여전히 뭐 도와줄 것이 없을까하고 마을을 부지런히 다녔다.

 

마름이 새로 부임한지 6개월이 넘어서도 마을 사람들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자, 그제야 마을 사람들도 경계를 풀고 마름을 좋게 보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추수할 시간이 다가왔다.

 

마름을 마을 사람들을 공터에 불러 모았다.

 

그리고 기분 좋은 얼굴로 마을 사람들에게 말을 하였다.

 

올 해는 농사가 대풍인 것 같군요. 작년에 흉년이라 한 집당 쌀 2가마씩 밖에 못 거두었다고 들었는데, 올해는 3가마씩을 걷어도 될 것 같아요. 그러고도 여러분들에게 돌아갈 쌀은 작년보다 2배 정도가 될 것 같아요. 1년간 정말 고생이 많으셨어요.”

 

마름이 제 집으로 돌아가자, 공터에 남은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대풍이 되면 뭘 하나, 결국 제 좋자고 한 일이지.”

 

맞아, 맞아, 우리에게 살갑게 대한 것도 다 그런 이유지. 마름놈들 본성이 어디 가겠어?”

 

그러자 늙은 농부가 말을 했다.

 

아니 그래도 다른 마름에 비하면 나은 건 맞잖아? 매질 안 당하고 먹을 것 많이 생긴 게 어딘가? 이렇게라도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그 말을 들은 젊은 농부가 받아쳤다.

 

뭐 많이 얻어먹으셨나 보네요. 아저씨는 소작농생활 참 편하시겠어요.”

 

그 말을 들은 늙은 농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한 해가 가고 마름은 다른 경작지로 다시 발령을 받아 떠나가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 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어야지."

 

마름의 노래소리는 마을사람들에게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톨스토이의 소설을 모방해서 써본 소설입니다.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부적절하지만, 저에겐 처녀작이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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