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를 보지 못하는 이유.
2살, 4살의 아기를 두고 개봉영화를 본다는 것은 미안한 일이다. 그래서 아주 특별한 사연(집사람이 아기를 둘 다 데리고 처가에 간다던지, 뭐 이런 경우)이 있지 않고서는 개봉관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다.
QOOK TV를 애청하는 이유.
아이들이 10시 정도가 되면 잠이 든다. 그러면 나의 자유시간은 시작이 된다. 유선에서 24시간 영화가 방영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가 어렵다. 중간에 아이들이 깨기도 하고, 내가 잠들기도 하고, 집사람이 다른 것을 보자고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언제든 멈추었다가 다시 계속 볼 수 있는 QOOK TV의 VOD를 나는 좋아한다. 게다가 잠시 놓치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다시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나는 무료 VOD만 본다.
나는 무료만 본다. 몇 년 전만 해도 DVD 대여점에서 최신 영화를 빌려 봤었다.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는 세상이 되어, TV 리모콘만 조작해도 언제든지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최신 영화는 보지 않고, 항상 무료 영화만 본다. 어차피 몇 년 지난 영화도, 보지 못한 내게는 최신 영화일 뿐이다. 그리고 솔직히 돈도 좀 아깝고. 그 돈에 조금만 더 보태면 극장에서 볼 수 있는데, 갈 형편은 못되지만, 그래도 아까운 건 내가 쪼잔해서 일 것이다. 이제 영화이야기로 들어가자.
2006년판 크리스마스 케럴, [클릭].
현충일 연휴를 이용해서 내가 본 영화는 아담 샌들러와 케이트 베킨세일이 주연한 2006년 작 [클릭]이라는 영화다. 영화의 내용은 스크루우지 영감이 주인공으로 나온 [크리스마스 케럴]과 거의 같다. 차이가 있다면 영화속의 만능리모콘이 도깨비 방망이의 역할을 한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일에 중독된 남편이 우연히 얻은 만능리모콘으로 시간을 빨리 보내기도하고, 시간을 일시정지하여 직장상사의 뺨을 때리기도 하고, 과거로 돌아가기도 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설정이 재미난 영화였다.
케이트 베킨세일이 너무 좋아.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줄거리도 어떤 명장면도 아니었다. 내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것은 여주인공 케이트 베킨세일이었다. 나는 여배우가 이쁘다는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아! 정말로 이쁘네’라는 생각을 잠시도 잊을 수 없었다. 그럼 된 거다. 좀 저열한 영화 감상방법이겠지만, 여주인공이 관객을 혹하게만 하면 흥행의 반은 성공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 단아한 자태와 현모양처로서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케이트 베킨세일이 나오는 영화를 잠시 검색해보니 [반헬싱] [언더월드시리즈] [에비에이터]등이 있었다. 그리고 73년생이고, 국적은 영국, 옥스퍼드대를 다녔다고 한다. 각종 성형 의혹에 부적절한 행실에 관련된 이야기도 있었지만, 환상을 깨기 싫어서 Pass!
인생을 ‘빨리감기’할 수 있다면?
영화속에서 아담샌들러는 ‘빨리감기’를 자주 한다. 막히는 출근시간을 빨리 감아버리고, 피곤하다고 아내와의 전희를 빨리 감아버리기도 한다. 직장상사의 잔소리를 빨리 감아버리고, 출세하기 위한 힘든 과정들을 감아버린다. 그런데 이 리모콘이 기가 막힌 것은, 그 다음부터는 리모콘의 주인이 원하지 않아도 같은 상황에서는 자동으로 빨리 감아버린다는 것이다. 이 설정은 우리의 삶의 특징을 잘 잡아낸 것 같다. 자동화된 우리의 삶은 실제 ‘빨리감기’한 삶과 다를 것이 없다. 자동화된 삶을 사는 사람에게 지나버린 시간은 아무런 추억도 기억도 남지 않는 그냥 흘러간 시간일 뿐이다. 극 중에서 성공하는 이후로 시간을 빨리 감아버린 주인공은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대충 흘려버리는 우리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한 번 가버린 시간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뻔한 소리지만, 자동화되고 일상화되어버린 삶은 실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삶이다. 100년을 살지만, 우리의 기억에 남은 삶의 기간은 얼마나 될까? 그래서 인간은 계속 개선하고 고민하고 다르게 행동하며 기억에 삶을 새겨야 하는 것이다.
과정의 행복함을 누리는 삶
화나고 슬픈 일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은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조차 유의미한 삶의 흔적들로 받아들여야 한다. 똑같은 물리적 시간을 살고 있는 인간이지만, 각자가 느끼는 상대적 시간의 차이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유의미한 삶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시간의 점철이 될 수 밖에 없다. [클릭] 식으로 이야기 하자면, '빨리감기'인 것이다. 인간은 시련을 통해서 발전한다고 하는데, [클릭]을 보고서는 그 시련 조차 삶의 중요한 하나의 흔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결과를 우선시하는 삶에서 과정의 행복을 누리는 삶으로의 전환. 이것이 [클릭]은 이야기하고자 한 주제가 아닐까? 어찌 되었건, 케이트 베킨세일은 너무 이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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