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은 본질, 처세는 껍질
나는 처세술과 관련한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처세에만 치우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인성에 대해서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떤 어른을 만난 적이 있다.
처음부터 대뜸 하시는 이야기가 처세에 관한 현란한 말씀들이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처세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나도 인정하지만,
처음 만나는 인생의 후배에게 삶의 진정성, 인격의 중요성,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인격이 본질이라면 처세는 어디까지나 껍질인데 말이다.
처세술의 달인에 대처하는 방법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은 일종의 처세서이다.
하지만 처세서도 처세서 나름.
이 책이 표방하는 것은 목적성을 갖고 있는 처세에 대응하는
또 다른 처세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소한 처세술로 남에게 뭔가를 얻어내려는 사람에게,
대항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풍부한 사례가 장점인 책
이 책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들을
풍부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은 새롭고 참신한 그런 것은 아니다.
다들 한 번은 들어본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재미있게 읽힌다.
왜냐하면 이책은 분명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최고의 장점은 풍부한 실험 결과와 사례들이다.
특히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상호성의 법칙’과 ‘일관성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이다.
뒤로 갈수록 다분히 상식적인 이야기들이 나와 지루한 것이 단점이긴 하다.
블로그로의 적용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몇 가지 흥미로운 법칙들을
블로그 상으로 적용해보면,
블로그하면서 받는 압박들을 벗어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붉은 색 글씨는 책의 내용이고, 검은 색은 필자가 쓴 것이다.)
상대방을 빚진 상태로 만들어라.
자주 방문하고 댓글을 정성껏 다는 이웃,
고맙기도 하지만 상당히 부담스럽다.(물론 그 이웃의 잘못은 아니다.)
결국 미안해서라도 답방을 가게 된다.
이웃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수록 점점 블로그가 짐이 된다.
해결책은?
소통을 위한 소통은 접자!
읽고 싶은 글만 읽고, 댓글 달고 싶은 글만 달자.
칭찬을 하라.
사람들은 보통 가식적인 칭찬이라도 듣기 좋아한다.
가끔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긴하다.
칭찬하는 것,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하지만 적절한 수준으로 해야한다.)
하지만 누군가 칭찬한다고, 덜렁 이웃하지는 말라.
글이 나의 관심사나 흥미거리가 아니라면 엄청난 짐이 되어버린다.
호의와 술책을 구분하라.
이웃의 방문이 호의인지 술책인지 구분해서 대처하라.
술책으로 판명되면 쌩까라.
공식적인 약속은 생명력이 길다.
블로그에 함부로 다짐을 쓰지 말라.
그것이 스스로를 옭아매는 덫이 된다.
처음에 자신이 의도했던 바를 되돌아본다.
블로그가 짐이 되었다면,
처음에 무엇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상기하고, 돌아가라.
직함은 권위를 대변해준다.
옷차림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
그래서 파워 블로거들은 대접받는다.
'좋은 글'을 쓰는 파워블로거는 대접하자.
하지만 맹목적으로 ‘좋아요!’를 남발하지는 말자.
권위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은,
본인이 권위를 갖게 되었을 때 더욱 권위적이 된다.
소통을 위한 소통은 이제 그만!
블로그에 대한 고민을 하루 이틀 한 것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참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내가 점점 블로그에 종속되어간다'는 그런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다 어제 무더킨터님의 어떤 글을 읽었습니다.
"소통을 위한 소통은 이제 그만 둔다.
읽고 싶은 글만 읽고, 댓글 달고 싶은 글만 달고"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저 역시 용기를 내어 그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전 블로그에 종속된 삶을 살고 싶지 않거든요.
그 종속이라는 것이 '답방과 맞추천의 압박'에서 온 것이라 판단을 내렸습니다.
관심도 없고, 재미도 느낄 수 없는 글을,
제 블로그에 방문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셨다는 이유 때문에,
의무적으로 읽는다는 것이 고역이기도 했습니다.
(블로그 한 분 한 분이 정성스럽게 포스팅한 글을 두고,
좋다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것은 아시겠지요?
그냥 순전히 제 취향의 문제일 뿐입니다.)
답방, 이제 접겠습니다.
맞추천, 이제 접겠습니다.
꼭 읽고 싶은 글만 읽고 쓰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뒷 날 제게 일어난 변화를 포스팅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 저는 어쩔 수 없는 블로거인가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 버튼을 달고 있는 제가 우습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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