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김진명, 새움, 2011.
이문열의 [삼국지]
대한민국의 남자치고,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처음 [삼국지]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는 않으나,
3권으로 된 아동용 [삼국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게 되었다.
한 권을 다 읽을 때마다 서점으로 달려갔다.
한 권, 또 한 권 사서 읽어나갔는데,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일주일이 못되어 10권의 책을 다 읽어버렸다.
내게 [삼국지]는 그런 책이었다.
장정일의 [삼국지]
작년에 서점에 나갔다가, 장정일의 [삼국지]를 보게 되었다.
서문을 들춰서 읽다보니,
민중을 중심으로한, 촉한 정통론을 넘어선,
[삼국지]를 써야겠다는 포부가 내 시선을 붙들었다.
그래서 구입하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장정일이 누구던가?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작가이자 비평가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의 [삼국지]는 실망스러웠다.
서문이 그렇게 거창하지만 않았더라도,
그 정도의 실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기존의 [삼국지]를 넘어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김진명의 [고구려]
김진명의 [고구려] 서문 역시 걸작이다.
그 내용을 인용하자면 이렇다.
“우리사회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그 숱한 장수들의 이름은 다 외우면서
정작 미천왕이 누구이고 소수림왕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청소년들이 상당수인 게 현실이다.
나는 중국 고전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 오랜 역사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세계관을 넓히는 일은 젊은이들에게 절대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그러한 독서의 다양성은
자신의 뿌리를 확고히 인식하고 난 다음 순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여 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삼국지를 읽기 전에
먼저 고구려를 읽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고,
17년간에 걸친 자료의 검토와 해석 끝에 이제 그 첫 성과를 세상에 내보내게 되었다.”
타고난 이야기꾼, 김진명
나는 김진명의 소설을 빠짐없이 다 읽었다.
나는 김진명이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소설들은 서사적인 전개가 대단히 흥미롭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잡으면, 책을 놓을 수가 없다.
김진명의 한계, 성급한 결말
하지만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늘 허망했다.
그 허망함은 어디서부터 왔을까?
탄탄한 초 중반 글의 흐름이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너무도 급하고 성글게 마무리되는 분명한 경향 때문이었다.
어, 정말로 [삼국지] 이상일 수도 있겠는데?
하지만 [고구려]를 읽어나가며,
이 책의 결말은 이전의 책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면, 이 책은 고구려의 역사를 다룬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 끝이 정해져 있으니, 이전처럼 허망하지는 않으리라 예상하였다.
실제 책을 다 읽고 나니, 역시나 이전의 결말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놈은 진짜 대물이었다.
게다가 [고구려]는 3권으로 완결되는 소설이 아니었다.
3권은 단지 미천왕 때의 역사를 다룬 것일 뿐이었다.
저자의 말대로 ‘17년의 자료검토와 해석’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삼국지]보다 먼저 읽어야 할 놈으로 김진명은 써내었다.
을불이 미천왕이 되기까지
1권에서 2권의 중반까지는 을불이 미천왕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다.
고귀한 신분, 어린시절의 시련, 귀한 사람들과의 만남, 시련의 극복이라는
영웅의 일대기라는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물론 김진명의 맛깔스런 전개와 치밀한 구성을 통해서.
‘미천왕’이 ‘낙랑’을 무너뜨리기까지
2권 중반에서 3권까지는 미천왕이 낙랑을 무너뜨리기까지의 이야기다.
미천왕의 고구려, 모용외의 선비, 최비의 낙랑이 벌이는 동북아 삼국지이다.
왕재를 갖춘 세 영웅과 그 주변의 다양한 인재들이 벌이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김진명 최고의 소설 [고구려]
김진명은 우리의 잊혀진, 혹은 우리가 거의 알지 못하는 고구려의 역사를 소설적으로 훌륭히 형상화하였다.
단언하건데, 이 책은 김진명 최고의 소설이다.
[삼국지]보다 먼저 읽게 만들고자 써낸 [고구려]는 충분히 그럴만 하였다.
한 번 잡으면 결코 놓을 수 없는, 페이지 넘어가는 것이 아까운 그런 소설말이다.
다음 책이 언제 출간될지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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