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북곰 서평단에 지원했다. 그리고 통보를 받았다. "[어쨌거나, 뉴욕]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다음에도 참여하고 싶으면, 열흘안에 서평 쓰세요." 이런 이메일을 받았다. 어제 책을 받았다. 읽고 있던 책이 있었다. 하지만 빚(서평)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강한 의무감에 열심히 읽었다. 재미로 책을 읽어야한다는 내 지론은 잠시 접어둔 채.
책을 읽은 내내, 나의 대학원 시절이 떠올랐다. 관棺에 비유되는 좁은 하숙방이 생각났다. 그것도 2인 1실의. 넉넉치 못한 부산 촌놈의 서울 상경. 상경하기 전에 꾸었던 꿈은, 서울로 입성하던 첫날부터 여지없이 무너졌다. 관보다 작은 하숙집. 낮선 사람과의 동거. 모든 것을 책임져주시던 어머니와의 격리. 2년이라는 시간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학교와 집을 반복한 기억뿐이다. 그 더운 여름날 선풍기 한 대 살 깜냥이 못되어 잠을 설치던 기억. 하숙집 옆방으로 몰려든 술취한 대학생들의 왁자지껄함에 잠 못 이루던 밤. 아침은 대충 생략하고 우유로 때우던 기억. 그 생활이 너무도 싫었지만, 어느덧 적응이 되었고, 권태로워지기 시작한 순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리고 낙향을 했다.
누군가 인생은 여행이라고 했다. 인생과 여행이 가진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 낮선 것과의 만남에서 오는 불편함과 극복을 통한 일상화가 아닌가 한다. 인생? 내게 인생은 설레임 반에 권태로움 반이다. 여행? 내게 여행은 설레임 반에 두려움 반이다. 그 두려움이 어느덧 사라지고 권태로움이 자리잡는 순간 언제나 나의 여행은 끝을 보게 되었던 것 같다. 두려우면서 왜 여행을 떠나왔을까? 어쩌면 가장 큰 두려움은 권태이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거나, 뉴욕]은 예상대로 뉴욕으로 무작정 떠난 여성의 좌충우돌기였다. 잡지사 기자 출신의 저자는 상당히 화려한 문장을 구사하고 있다. 재미? 전체의 3분의 1정도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나머지는 나와 너무도 거리가 멀거나 관심밖의 이야기였다. 특히 패션과 관련된 이야기. 깊이? 그런 것을 찾을 책은 아니었다. 낮선 뉴욕의 이야기를 책으로라도 한 번 쯤 접해보고 싶었다. 어쨌거나 [어쨌거나, 뉴욕]은 그런 목적에는 부합된다. 책을 다 읽고 기억에 남은 것이라곤 뉴욕의 집세가 200만원은 되어야 살만하다는 것과 뉴욕의 명품들이 우리나라의 절반 가격이라는 정도...
이 글의 정체성이 공짜로 받은 책에 대한 서평이니 간략히 책소개를 해야할 것 같다. 이 책은 크게 4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첫째, 서울에서의 숨막히는 잡지사 기자 생활. 둘째, 뉴욕에서 사기로 법원에 간 사연. 셋째, 뉴욕에서의 쇼핑과 빈둥거리기. 셋째, 뉴욕에서 집 구하기. 넷째, 뉴욕에서 만난 남자친구. 이 책에는 우리가 꿈꾸는 그런 뉴욕은 없다. 화려함이 거세되고 오로지 이방인으로서의 낮섦이 지배하는 책. 세련된 글솜씨로 담백한 뉴욕 생활을 담은 책. 나는 이책을 그리 생각한다.
<이 글은 북곰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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