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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과 엄숙의 시대는 끝났다, [재미]

독서

by 빈배93 2011. 10.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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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상복, 위즈덤하우스, 2009.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비행기도 아니도 KTX도 아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다. 우스게소리다. 그러나 심각한 진실이 내포된 우스게소리다. 그 속에서 취해야할 우리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재미있게 살고싶다고? 연구를 해야지!

 

    재미있게 살자! 누구나 하는 소리다. 하지만 그 방법을 곰곰히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다들(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 재미있게 살고 싶지만, 재미없게 산다. 내 경우,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마저 있다. ‘재미=거의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현재 내 정신세계의 현주소다. 지금도 무엇을 해야 재미있을까를 탐색하고 있다.

 

장르가 애매한 소설 재미』, 재미있다 

 

    아침에 조례를 하러 들어갔다가, 학생 책상에 놓인 책을 한 권 발견했다. 눈에 확 들어오는 재목이었다. 바로 한상복이 쓴 재미라는 책이었다. 책의 앞 뒤 표지를 훑어보고는 쉽게 풀어쓴 철학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바로 빌렸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이게 대체 무슨 장르의 책인가 의문스러웠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소설이었다. 사실 소설이라 하기에도 어색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한 가족이 삶의 재미를 찾아가는 소설 

 

    이 책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근엄함이 최고의 미덕인 디자이너 아빠, 근엄한 아빠에게 치이고 잘난 친구들의 자랑질에 욕구 불만인 엄마,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초등학생 딸. 이 세 사람의 이야기가 교대로 나오며, 모두 삶의 재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엄숙과 근엄의 시대는 끝났다

 

    이 책은 그 재목만큼 상당히 재미있다.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과거는 엄숙과 근엄함으로 해쳐나갈 수 있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창의적인 생각은 재미있게 일하고 놀면서 나오는 것이라 웅변한다. 재미있게 살기 위해서는 취미라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아빠의 자전거 타기, 엄마의 사진 찍기, 딸의 글쓰기라는 취미를 등장시킨다.

 

취미 생활 늘이기가 취미인 빈배 

 

    어라! 세 가지 모두 내 취미잖아. 나는 거기에다 베드민턴 · 등산 · 독서 · 여행에 블로그까지를 취미활동으로 즐기고 있다. 분명 나는 이 책대로라면 재미 난 삶을 살고 있는 것이고, 행복에 근접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쭉 그렇게 생각해오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내세울만한 최고의 취미는 취미의 종류를 늘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크레믈린궁이 무너진 것은 근엄함 때문일지도 

 

    직장 동료들을 쓱 둘러봤다. 한결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무엇을 하고 있다. 이러면 안되는 건데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어떨까 생각을 해봤다. 나 역시 교무실에서는 한없이 엄숙하고 근엄하다. 이 책을 읽고 작은 결심을 했다. 좀 가벼워보이면 어때,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재미난 행동도 해가며 지내는 거야. 이제는 재미가 대세인 시대잖아! 크레물린 궁이 무너진 것은 아마도 그 근엄함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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