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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성장의 동력

잡동사니

by 빈배93 2012. 7.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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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맷길 700리 걷기, 4일째였다. 누적거리는 52.7km이고, 누적시간은 12시간 55분이다. 코스는 이랬다. "0935 해운대역 출발 - 1000 동백공원 - 1050 수영만 요트경기장 - 1125 민락 수변공원 - 1150 광안리 해수욕장 - 1210 남천 해변공원 - 1250 용호 유람선 터미널 - 1304 이기대 공원 동생말 도착" 총 11.7km를 3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폭염주의보가 내렸고, 부산의 기온은 33도였다. 아는 분이 좀 시원해지면 걷는 게 어떠냐고 말씀하셨다. 뉴스에 의하면 올해는 9월까지 무더위가 지속된다고 한다. 방학 때가 아니면 갈맷길 700리를 완주할 수 없다. 따라서 결론은 더워도 그냥 걷는 것 뿐이다. 하루에 서너 시간 정도를 꾸준히 걸으면 방학이 끝날 때 즈음이면 완주가 가능하다. 아이들과 놀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시간을 걸을 수도 없다. 준비 꼼꼼하게 해서 걸으면 생각보다 더위는 덜하게 느껴진다.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영원히 못할 수도 있다.' 늘 이 말을 잊지 않고자 노력한다. 

 

△ 동백섬 황옥공주 인어상

 

   난 4일간 지독히도 더웠다. 하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바다를 끼고 도는 길이 대부분이라 바람이 시원했다. 코스 중간 중간에 폭염이 비껴간 시원한 길도 가끔 만났다. 용궁사에서 공수마을로 넘어오는 숲길과, 청사포에서 달맞이길 넘어오는 문텐로드는 정말 시원했다. 체감 온도 27∼28도 정도! 물론 최악의 길도 있었다. 남천해변공원이 대표적이다. 남천동 삼익비치 뒤로 난 길인데, 고무판을 엄청나게 넓고 길게 깔아놓았다. 햇빛은 심하게 반사되고, 바닥은 뜨끈하게 달구어져 있어, 끔찍했다. 15분 정도 걷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을 하나도 볼 수 없었다. 고무판 까느라 돈이 많이 들었을 것인데, 걷는 사람을 몰아내기 위한 용도인가 싶었다. 용호유람선 앞으로 난 길은 나무데크로 이어져있다. 보기에는 좋은데, 남천해변공원 만큼은 아니었지만,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 동백공원 등대

 

   염에도 시원했던 길과 폭염을 더 폭염으로 느끼게 만들었던 길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돈을 얼마나 들였는가? 아니다. 정답은 바로 '나무'였다. 해안가에 난 작은 숲길은 바다도 보이고 숲도 보이고 시원하기까지 하니, 1석 3조다. 돈을 아무리 많이 들여도 나무가 없으면 걷기 좋지 않은 길이었다. 게다가 고무판이나 나무데크는 오래지 않아 수리가 필요하거나 다시 깔아야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만한 사실이다. 나무를 심어두면 어떨까? 해풍에 강한 나무를 심어서 잘 관리한다면, 훌륭한 그늘 길이 될 것이다. 물론 수리할 필요도 없고, 시간이 갈수록 더 훌륭한 명품길이 될 것이다. 저 함양의 상림처럼 천년이 흘러도 여전히 좋은 그런 길 말이다. 

 

△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속가능한 성장'이란 화두는 이제 환경론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을 '가만히 놓아두어도 저절로 잘 조절이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10년만 살지 않으면 저절로 허물어져 자연으로 돌아가는 '흙집'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반면 콘크리트 건물은 어떤가? 사람이 살지 않은지 100년이 지나도, 굳건히 흉물로 남는다. 가급적 자연을 존중해서, 아주 조금만 자연에 손을 대고, 언제든 다시 자연 상태로 돌아올 수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인류도 장수할 수 있다. 이건 추측이 아니라 확신이다. 

   

△ 광안리 해수욕장

 

   장 흙집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니다. 그 일은 가능한 일도 아니고, 그렇게 급히 할 성질의 것도 못된다. 해안에 고무판 걷어내고 그 자리에 나무 심는 정도의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가고, 조금씩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가자는 말이다. 

  

△ 광안대교

 

   바닷가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서 있는 마천루와 전설의 용보다 더 클 것 같은 광안대교. 그것들조차 저 하늘과 나란히 보면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는가? 하물며 그 안에서 억억거리며 바글대고 사는 사람들이랴. 나무를 심고 나무를 사랑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부분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폭염속을 걸으며 새삼 깨닫게 된다.

  

△ 용호 유람선 선착장

 

   말은 갈맷길을 걷지 않는다. 아니 걷지 못한다. 아이들과 놀아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걸을 수 있다. 부지런히 걸어야 방학이 끝나기 전에 완주할 수 있을 듯하다. 대략 130리 길을 걸었으니, 앞으로 570리 길이 남았다.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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