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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독서

by 빈배93 2012. 8. 2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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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의 소설『개』는 '개'의 시점에서 서술되었다. 소설 쓴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시도해보는 시점의 전환을 써서……. 김훈도 이런 식으로 글을 쓴 적이 있었구나 싶었다.

  

   『개』의 문장은 순하다. 김훈의 글이 순할 수 있는 최대치다. 특유의 어법은 김훈의 글임을 증명하지만, 순해도 너무 순해서, 김훈의 글이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다. 화자가 '개'이고, 소설 속 대사가 '개소리'다 보니, 특유의 꼭꼭 다진 말들을 풀어 놓기를 자제한 듯하다. 소설 속 '개소리'는 실재 '개의 소리'가 아니고, '김훈의 소리'이니, 소설 속 '개소리'는 평범한 사람의 '사람 소리'가 갖는 수준을 월등히 상회한다.

 

   『개』의 개는 짓돗개다. 태어나서는 수몰 지역 노부부의 개였고, 다음은 어촌 마을 어부의 개였다. 지나간 과거를 그리워 하지 않았고, 다가올 미래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현재의 주인만을 위해서 열심히 뛰었고, 제 발다닥의 굳은살을 대견스럽게 여긴다. 스스로 명견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없고, 눈치가 좋다. 어부의 아들과 딸에게 더 없이 좋은 친구로 살아간다. 고단한 삶을 사는 어른과는 달리 개와 아이들은 즐겁다. 동심童心과 견심犬心이 하나다.

 

   『개』의 개가 보는 세상은  『자전거 여행』에서 김훈이 본 세상과 거의 일치한다. 어느 분교의 아이들. 먹고 사느라 고된 어른들. 떠나는 사람과 남은 사람들. 개는 따를 수 있을 때 따르고 따를 수 없을 때 밤하늘의 달을 보고 짖는다. 떠나는 것들을 바라보는 개는 그 떠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오늘을 살아간다. 개는 그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할 뿐 슬프지는 않은데, 그 개의 이야기를 듣는 내 마음에는 슬픔이 자욱하다.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저자
김훈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05-07-1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 김훈 개 블로그 구경가기 CLICK! 『칼의 노래』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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