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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우유

잡동사니

by 빈배93 2012. 8. 2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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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자리를 펴고 아이들과 눕는다. “우유 먹고 싶어요.”라고 3살 된 딸아이가 말한다. 5살 된 아들놈도 질세라 나도 나도란다. “, 우유 부탁해.”라고 집사람이 연이어 말한다. 귀찮은 육신을 일으켜 부엌으로 간다. 딸아이 먹을 우유를 젖병에 넣은 다음 전자레인지에 30초를 데우고, 그 사이 아들 놈 먹을 우유를 컵에 따른다. 일상이다. 한 치의 어김이 없다.

 

   파스퇴르 우유 1000ml 짜리가 일주일에 5통 배달되어 온다. 저온 살균이라 아이들에게 좋다고 집사람이 한사코 고집한 선택이다. 저온 살균 우유가 잘 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보통 우유 먹이자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고온 살균이 몸에 나빠 본 들 얼마나 나쁠까? 어쩌다가 상한 우유 마셔서 한꺼번에 얻는 데미지가 더 크지 않을까?’란 생각이었다. 아무튼 집사람을 이길 수는 없었다.

 

   어제 밤이었다. 분명히 전자레인지에 30초를 데워서 주었는데, 딸아이가 차갑다며 다시 돌려 달랜다. “아빠가 윙했어.”라고 말해도, 딸아이는 막무가내다. 할 수 없이 10초를 더 데워주었다. 뒤늦게 컵에 입을 댄 아들놈이 엄마, 우유가 좀 이상해.”라고 했다. 집사람이 우유를 조금 먹어보고 기겁을 했다. “여보, 우유가 상했어.” 딸아이가 더 데워달라고 했던 것에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상한 우유를 싱크대에 붓고는 자책을 했다. ‘조금 먹어보고 줘야하는 건데…….’ 아들놈이 새로 따라준 우유를 마시며, “이 우유는 정말 달고 맛있다.”며 의기양양해 하였다. 몇 번이나 자기가 우유가 상한 것을 알아채고 말해준 것을 자랑했다. 딸아이는 이미 젖병에 담은 우유를 반이나 먹은 상태였다. 다행히 밤새 별 탈은 없었다.

 

   언젠가 집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여보, 누구네 집 아이들은 우유를 안 마시려고 해서 걱정이래. 우리 애들은 이렇게 잘 마시니 얼마나 좋아.” 나는 아이들이 마실 우유가 모자랄까봐 ,한 잔 마시고 싶어도 자제를 한다. 그냥 한 통 더 사면 될 것을……. 그런 자신을 보며,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 부모가 되어 감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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