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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수업에 활용하자고?

학교2

by 빈배93 2012. 9. 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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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이었어. 휴대폰 오락에 심하게 중독된 적이 있었지. 왜 연도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냐면, 그 오락의 제목이 프로야구 2010’이었거든. 출퇴근길에 두 시간. 수업 빌 때 두 시간. 집에 가서 두세 시간.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손이 말을 안 들어. 현직 선생이자, 국내 유수의 대학원까지 나온 내 손이 말이야. 어느 날 문득 끊었어. 거의 몇 개월 만에 기적적으로.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 이제는 휴대폰 오락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아. 요즘 무슨 팡인가가 유행이던 모양인데, 아예 스마트폰을 사질 않았으니, 다행이다 싶어. 요즘 걱정이 있어. 다음 휴대폰 바꿀 때 그냥 폰이 없으면 어쩌나 하고 말이야. 좌우지간 난 스마트 폰이 무서워. 스마트폰이 나의 도구가 아니라 나의 주인이 될까봐.

 

   환경을 위해서 자가용을 놔두고 지하철을 타고 있어. 매일 그러는 건 아니고, 일주일에 두세 번쯤. 지하철을 안의 풍경은 가관이지. 거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어. 누구는 음악을 듣고, 누구는 동영상을 보고, 누구는 카톡을 하고 있고, 누구는 시끄럽게 통화를 하고, 누구는 전자책을 보고, 누구는 오락을 하지. 그중에서 오락과 카톡이 제일 많은 것 같아. 이런 말하면 안 되지만, 정말 한심해. 모두들 죄다 스마트폰의 노예처럼 보여.

 

   아무튼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을 해. 그런데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다시 스마트폰의 공해에 시달려. 이놈들이 배터리 충전을 하느라 문어발처럼 코드를 연결해 놓고 있지. 담임들이 스마트폰을 내라고 하지만, 이놈들이 절대 안 내. 싸움도 한 두 번이지, 보통은 담임이 포기를 하지. 담임 심정도 아이들 심정도 충분히 이해해.

 

   학교 현장에서 선진 기자재를 사용하자는 소리. 한두 해 된 게 아니야. 그런데 복도를 지나다보면 컴퓨터를 위시한 기자재를 사용하는 선생들은 거의 없어. 왜냐면 일단 켜고 끄는 게 불편하데. 그리고 아이들이 한없이 산만해진데. 결국 칠판에다가 쓰는 게 최고라는 사실만 확인한 셈이지. 야간 자습 때 보면 PMP로 동영상 강의를 보는 아이들이 있어. 한 반에 반수 이상이 그 기계를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동영상 보는 애 보다는 강심장이니 일박 이일이니 하는 걸 보는 얘들이 더 많아. 적어도 내가 보기에 PMP를 사준 부모 중 반 이상은 삽질한 거지.

 

   요즘 학교 현장에서 스마트 폰을 이용한 교육을 하자는 논의가 있는 모양이야. 내 생각을 말해볼까?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지만, 제대로 미친 거야. 틀림없이 실패할거야. 엄청난 예산만 낭비하고. 왜냐고? PMP는 동영상 강의보다 훨씬 재미있는 드라마와 영화를 볼 수 있어. 컴퓨터에는 PMP보다 재미있는 것이 더 많지. 스마트 폰은 컴퓨터 이상이야. 휴대성 좋고, 용량은 컴퓨터 못지않으니 말이야. 그게 손에 들어오는 순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노예가 된다니까.

 

   혹자는 이렇게 말해. 정보의 바다를 활용할 줄 알아야 다가올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고. 말은 멋진 말인데, 말이 안 되는 소리야. 헤엄도 칠 줄 모르는데,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정보의 바다가 무슨 소용이야. 그냥 스마트폰 중독으로 익사하고 마는 거지. 스스로 정보를 분석하고 생산할 정도가 되어야, 스마트폰의 주인 노릇을 할 수 있지, 그마저도 물론 보장은 못하지만. 그 경지에서 한참 먼 우리 아이들. 90% 이상이 스마트폰의 노예가 된다,100만원 건다. 혹자는 교사들이 잘 관리하면 된다고 하겠지? 전국의 교사에게 물어봐라. 그게 가능이나 한 일인지. 그런데 왜 하자느냐? 기획하는 사람이나 해당 부서입장에서 보면 아주 그럴듯하거든. 교육에 스마트폰이라. 일단 멋지잖아. 서울에서 부산까지 연결된 강을 따라 올라가는 유람선을 보는 것처럼.

 

   세계적인 석학들을 봐봐. 다양한 기기의 유용성을 설파하는 석학들은 많지만, 그들이 과연 다양한 기기로 석학이 되었느냐? 아니지. 오히려 그것들을 멀리해서 석학이 된 거지. 자꾸 스마트 스마트 하는데, 진짜 스마트 한 것은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는 거야. 그건 정보의 바다가 절대 만들어주지 못해. 책 읽고 글 쓰고 토론하는 데서 주체적인 사고가 만들어진다 말이지. 그런데 스마트폰이 그 시간 다 뺏어가. 슬기롭게 활용하기? 안된다니까. 이미 중독되었는데, 어떻게 슬기롭게 활용해정하고 싶으면 소수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해봐. ‘해보니 좋더라는 교육청 특유의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말고. 엄정한 평가를 통해서. 아마 결론은 그 돈으로 도서관에 책이나 더 구입하는 게 낫다로 날 거야. 틀림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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