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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강 스토리텔링 공모전 출품작] 수영강에서 놀리라

잡동사니

by 빈배93 2013. 7.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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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강江>하면 다들 낙동강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수영강이야 말로 부산의 강이라 생각해. 낙동강은 경상북도의 황지라는 연못에서 발원해서 경남을 거쳐 부산에서 바다와 합류하니, 부산의 강이라기보다는 경상도의 강이라고 해야 더 적절할 것 같단 말이지. 반면에 수영강은 부산에서 발원해서 부산에서 그 여정을 마무리하니, 부산의 입장에서 보면 말 그대로 진골이요 순종인 셈이잖아. 게다가 개인적으로 수영강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사는 곳이 수영강 상류와 지척이기 때문이야. 지금까지 수영강을 오르내린 게 몇 번이더라? 적당히 어느 지점에서 어느 지점까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간 걸 빼고, 최상류에서 바다와 합류하는 지점까지 오간 것만 따져도 두 손으로 모자랄 거야. 그러니 수영강이 좋다고 말하면 거짓일 수도 있지만, 수영강에 정이 들었다고 말하면 거의 거짓은 아닐 거야. 나만 그런 것도 아니야. 연세가 일흔이 넘은 우리 아버지도 나만큼은 수영강을 오르내리셨으니, 어찌 내게 수영강이 각별하지 않을 수 있겠어. 수영강의 지류에 해당하는 온천천은 어떻고. 온천천은 내 아버지, 어머니 뿐만아니라, 집사람, 아이들까지 수시로 다니니 말이야.

 

   사람이 어디에 사느냐는 중요한 문제야. 내 입장에서 보자면 그래서 수영강이 소중하고(도시에 사는 사람에게 좋은 산책로가 있다는 것, 그것도 친수 공간인 산책로가 있다는 것은 정말로 반길 일이지.), 수영강의 입장에서 보자면 내가 소중한 거지.(강에게 사람이 뭐가 소중하냐고 반론할 수 있겠지? 그런데 강에게 사람은 정말로 소중해. 사람이 만약 저만 알고 강에게 신경쓰지 않는다면, 강이 어떻게 되겠어? 과거에 수영강은 그런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악취로 악명이 높았잖아. 그런 의미에서 강에게 사람이 소중하다는 거지.)

 

   나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니, 불과 십 몇년 전만 해도 수영강변에 있는 집들이 여름이면 창을 열어놓지 못할 정도의 악취가 났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지금은 소위 비싸다는 아파트들이 강을 따라 주욱 늘어서 있잖아. 그럴 때 써먹으라고 있는 고사성어가 상전벽해桑田碧海겠지. 상전벽해야 시간이 흘러서 지형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니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수영강의 변화는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니 칭찬받아 마땅해. 주변의 집값을 올린 것 가지고 칭찬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우리도 이렇게 하면 된다는 것을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측면에서 말이야. 뭐 그렇다고 완전히 깨끗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꾸준하게 찾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더 깨끗해질 거라는 데, 만 원 건다.

 

   상류에서 하류까지 오르내리다보면 강물의 변화가 확연히 눈에 들어오지. 금사동 쪽 상류는 말 그대로 실개천 수준인데, 광안리 쪽으로 가면 한없이 넓어지지. 자전거를 타면 불과 몇 십분 많에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단 말이지. 낙동강이라고 생각해 봐. 그게 쉬운 일이겠어? 상류에서 하류에 이르기까지 그런 강물의 변화보다도 내게 더 큰 감흥을 주는 것은 강 옆에 사는 집들의 변화야. 상류에는 온통 공장 건물이거나 허름한 주택들인데, 하류로 내려가면 갈수록 삐까뻔쩍한 아파트들이 점령을 하고 있지. 왜 그럴까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더라고. 그렇다고 내가 무슨 통찰력이 있어서 이러저러해서 그러하다는 말은 할 수 없어. 대충 부지와 조망과 관련되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났나보다 하고 생각하는 정도지. 수영강과 바다가 접하는 지점까지 아파트가 다 점령해버렸지. 이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으니 수영강을 조망하고 싶은 아파트들이 이제 갈 곳이라고는 상류 밖에 없겠다 싶어. 그게 마무리 되면 마치 한강처럼 아파트들 때문에 멀리서 수영강 바라보는 게 힘들어지겠다 싶은 생각도 들고. 

 

   내가 무슨 개발론자는 아니지만, 수영강을 시민의 친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그간의 노력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어. 아울러 내가 무슨 생태환경주의자는 못되지만 그런 노력이 엇나가 다시 수영강이 신음하는 꼴을 보고 싶지도 않고. 그걸 위해서 너는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에 대한  「그저 시간 날때마다 수영강을 따라 걷는 거지.」라는 내 대답은 궁색하기만 해. 하지만 뭐 어때, 내가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고, 그게 수영강에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은 오로지 내 것이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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